에릭센이 쓰러지고, 덴마크는 각성했다

덴마크, 29년 만에 유로대회 4강 진출
극적인 조 2위로 16강 진출 후 웨일스, 체코 나란히 격파
덴마크 선수단 “에릭센을 위해 뛴다”

기사승인 2021-07-05 10:04:40
- + 인쇄
에릭센이 쓰러지고, 덴마크는 각성했다
4강 진출을 자축하는 덴마크 선수단. 사진=EPA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에 뛰고 있는 덴마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팀의 핵심 선수인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 밀란)이 심정지로 쓰러진 이후 덴마크는 하나로 뭉쳤다.

덴마크는 지난 4일(한구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체코와 8강전에서 전반 5분 토마스 델라니의 선제골과 전반 42분 카스퍼 돌베리의 추가골에 힘입어 체코를 2대 1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덴마크가 4강까지 진출할 거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달 13일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팀의 플레이메이커인 에릭센이 경기 중 심정지로 쓰러지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다행히 에릭센은 병원 이송 후 의식을 차렸지만, 덴마크 선수단은 팀의 핵심 자원을 잃었다. 팀 핵심 미드필더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박에 없는 위기였다. 결국 핀란드전과 벨기에전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조별리그 2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때만 해도 덴마크의 조별 예선 탈락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조별 예선 최종전에서 극적인 이변이 연출됐다. 덴마크는 위기 속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병상에 누운 에릭센을 위해 다른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2선에서 더 많이 뛰는 축구로 에릭센의 빈 자리를 메웠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러시아를 4대1로 꺾으면서 1승 2패로 세 팀이 승점이 동률이었지만, 득실차에서 앞서 조 2위 자리를 차지해 16강에 진출했다.

기세가 오른 덴마크는 웨일스와의 16강전에서도 4골을 몰아치며 8강 무대를 밟았고, 8강에서도 체코를 꺾으면서 29년 만에 유로 4강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유로2004 8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3개 대회에선 조별리그 탈락, 2개 대회에선 아예 예선에서 탈락했다.

에릭센이 쓰러지고, 덴마크는 각성했다
에릭센의 유니폼을 형상화한 대형 통천. 사진=AP 연합
4강 진출이 확정되자 감독과 선수들 모두 ‘에릭센을 위해 뛰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카스퍼 휼만트 감독은 “매일 에릭센을 생각하고 있고, 여전히 우리와 함께 뛰고 있다. 오늘(8강전)처럼 준결승이 열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도 에릭센은 함께 갈 것”이라면서 “그가 살아난 것을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 에릭센을 가슴속에 품은 채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주장 시몬 키예르는 “에릭센이 우리의 원동력이 됐다.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라며 “에릭센도 우리가 자신 때문에 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햇다.

심정지 후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에릭센은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현재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병원에선 맥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전기적인 충격을 주는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비록 경기에는 함께 뛰진 못하지만 여전히 덴마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의 다음 상대는 ‘축구 종국’ 잉글랜드다. 오는 8일 오전 4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영국 원정이라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지만 덴마크가 다시 한 번 동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