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보쌈’ 권유리 “삶의 주체로서 수경을 이해했다”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 주인공 수경 役 권유리
연기 데뷔 14년 만에 첫 사극…“캐릭터 통해 성장”

기사승인 2021-07-10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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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보쌈’ 권유리 “삶의 주체로서 수경을 이해했다”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 속 권유리.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사방에서 죽음을 강요당하는 자의 심경은 얼마나 참담할까. 지난 4일 종영한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에서 주인공 수경(권유리)은 ‘내가 죽어야 모두가 편해진다’며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옹주로 태어난 그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사랑하는 이의 친형과 결혼했다가 신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남편을 잃었다. 시아버지라는 자는 자신을 죽이려 혈안이 됐고, 아버지인 광해군(김태우)은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다. 암투의 수단으로 쓰일 뿐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조선 여성의 잔인한 운명이었다.

“수중 촬영을 해낸 모든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최근 화상으로 만난 권유리는 절벽 장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몸이 비치지 않게 한복을 여러 겹 껴입고 그 안에 다이빙 슈트도 받쳐 입었다. 물 속 깊이 가라앉기 위해 몸에는 10㎏이 넘는 추를 달았다. 그 상태로 10시간 넘게 촬영했다고 하니, 제아무리 수영에 능한 배우라도 몸과 정신이 지쳤을 법 했다. 그래도 권유리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에 또 수중 장면을 촬영하면 좀 더 나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연기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처음 도전한 사극. 처음엔 겁이 났고 의상과 분장이 어색하기도 했다. 권유리는 “좋은 연기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이라고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숨겨둔 비기도 꺼내들었다. 언제든 사극 연기를 할 수 있도록 10년 전부터 익혀둔 무술과 승마 실력을 ‘보쌈’에서 유감없이 뽐냈다. 권유리는 “영화 ‘미녀 삼총사’의 배우 루시 리우처럼 멋진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등 OTT가 글로벌 시청자와 거리를 좁혀준 만큼, 요즘엔 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키인터뷰] ‘보쌈’ 권유리 “삶의 주체로서 수경을 이해했다”
가수 겸 배우 권유리.
수경은 권유리를 거울처럼 비췄다. 권유리는 “데뷔 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삶의 주체로서 수경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으론 수경을 닮고 싶기도 했다. 규율과 억압에 순응하던 수경이 온갖 고초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용기 낸 것처럼, 자신도 올곧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대본을 보며 끊임없이 ‘나라면 수경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수경의 생각과 마음을 더듬으면서 인간 권유리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경이 자신을 죽이려던 시아버지 이이첨(이재용)을 맞닥뜨리고도 품위를 잃지 않고 꼿꼿하게 맞서는 장면은 권유리의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고난을 겪으며 성장한 수경이의 자아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짚으면서 “통쾌함과 함께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이첨에게 하는 대사를 100% 습득해 대본에 적힌 것 이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수경을 설명하며 “주체적” “능동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자기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자신의 힘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수경의 모습이 “속도가 더디고 느릴지언정,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줘서 좋다”고 했다.

이제 막 ‘보쌈’을 마친 권유리는 벌써부터 차기작을 제안 받아 출연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좋은 작품으로 팬들을 찾아뵙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권유리의 꿈은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다. 도전을 통해 성장해온 그다운 꿈이었다.

“처음 연기를 했을 땐 대사를 봐도 잘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다고? 불가능할 것 같은데!’라고 단정 짓기도 했죠. 요즘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요. 더욱 열린 사람이 됐다고 할까요.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wild37@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 방송화면.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