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4’ 숙제 안 한 출연자를 보는 불편함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1-07-13 16: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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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4’ 숙제 안 한 출연자를 보는 불편함 [친절한 쿡기자]
tvN '대탈출4' 포스터. tvN 홈페이지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현실 조별과제 세계엔 다양한 빌런이 있습니다. 과제 준비 단계부터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발뺌하거나, 갑자기 굉장히 바쁜 사람으로 돌변하는 조원도 있죠. 발표자가 발표 당일 잠수를 타는 아찔한 에피소드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임승차 유형 역시 악명이 자자합니다. 분명 모두가 함께 하는 과제인데 이상하게 누군가는 열심히 하고 누군가는 아무 것도 안하죠. 그럼에도 같은 점수를 받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무임승차 빌런이 TV에서 나타났습니다. 무성의 논란에 휘말린 ‘대탈출4’ 출연진이 그 주인공입니다.

11일 방송된 ‘대탈출4’ 첫 회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존재했습니다. 새 에피소드로 막을 열었던 이전 시즌과 달리, 시즌3 마지막회 에피소드와 이어지는 회차였던 것이죠. 1년 1개월 만에 재개된 시즌인 만큼 이전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제작진은 사전 미팅에서 출연진에게 어떤 회차를 복습하고 와야 할지 이야기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몰입하긴 힘들어도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숙제를 내준 제작진의 마음과 출연진의 마음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대탈출4’ 촬영 첫날, 대다수 출연자들은 새 시즌을 잔뜩 기대하고 왔다면서도 복습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것이죠. 숙제를 한 건 출연진 중 브레인으로 불리는 신동과 유병재 뿐이었습니다. 정종연 PD가 사전 미팅에서 이야기할 때 출연진들이 한눈파는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특정 출연자는 몇 번째 시즌인지도 모르고 촬영에 참여할 정도였죠.

촬영 시작 이후에도 흐린 눈으로 보게 되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시즌3에 나왔던 타임머신 비밀번호를 기억하는 것도, 시즌3에 출연한 연기자를 기억하는 것도 유병재와 신동이었습니다. 거대한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새 스토리에 빠르게 적응하고 멤버들을 챙기는 것도, 멤버들이 힘들 때마다 기대는 것도 두 사람이었죠. 시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이전 스토리 설명으로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강호동은 활약한 멤버를 부러워하거나 견제하는 이전 시즌의 행동을 그대로 반복했고, 김동현은 엉뚱하게 극중 연기자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탈출’ 출연진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탈출’ 멤버 교체 얘기도 나옵니다. 정작 제작진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정종연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녹화 초기엔 초기화를 겪게 되긴 한다”며 마치 논란을 예상한 것 같은 말을 했습니다. 또 “안정적인 고용을 추구하고 있다”며 “출연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다들 착하게 현장에 녹아 들어서 불만을 가질 요소가 없다. 새로움은 저의 과제”라고 멤버들을 두둔하기도 했죠.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건 일부 멤버들의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네 시즌째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기억을 모두 잊고 숙제마저 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지적입니다. ‘대탈출’의 스핀오프 격으로 올해 초 공개된 티빙 ‘여고추리반’에선 매 촬영마다 꼼꼼히 이전 스토리를 복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온 출연자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탈출’ 출연진은 매 시즌 꾸준하게 챙겨보며 네 번째 시즌까지 제작되게 만든 시청자들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요. 매주 일요일 밤마다 게으른 출연진들이 무임승차하는 모습을 봐야할 이유를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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