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애도 표한 서울대 총장…노조 “셀프조사 반대”

기사승인 2021-07-13 17: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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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에 애도 표한 서울대 총장…노조 “셀프조사 반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이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최근 사망한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중간관리자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공정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다만 학교 측의 ‘셀프조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 총장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그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청소업무 시설관리직원이 사망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학교 측의 조치도 설명됐다. 오 총장은 “과중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서울대는 지난 8일 총장 직권으로 객관적인 사실조사를 위해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기간 동안 안전관리팀장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서울대는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청소업무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여 근무환경과 인사관리방식을 다시 점검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며 “업무 매뉴얼을 통해 업무 표준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보직에서 물러난 사실도 언급됐다. 구 처장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며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후 비판이 일자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구 처장은 지난 12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총장은 “개인의 의견이 대학 본부 입장으로 오해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자 학생처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수용했다”며 “이는 한 치의 거짓 없는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에 대한 의지를 학내 구성원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질 논란에 애도 표한 서울대 총장…노조 “셀프조사 반대”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갑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오 총장의 공식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노조는 “누구보다 건강했던 고인이 하루 사이에 사망했는데도 서울대는 아무 잘못도 없단 말인가”라며 “고인은 사망 후 10시간이나 직장 내에서 방치돼 있었다. 가족의 신고가 없었다면 언제 발견됐을지 몰랐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노조는 “사업주가 관리하던 직장에서 그 많은 시간 방치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대는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어디에도 사과라는 표현은 없고 ‘안타까운 마음’, ‘애도와 위로’ 같은 말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인권센터를 통한 셀프조사에 반대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노조 측은 구 처장과 고인의 근무지 책임자였던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이 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있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다만 구 처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학생처장으로 맡는 당연직 운영위원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노사공동조사단의 구성을 촉구 중이다. 노사공동조사단은 학교와 노조, 국회 등 중립적인 제3자가 구성된 조사단을 뜻한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였던 민주노총 조합원 고(故) 이모(59·여)씨가 건물 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였다. 민주노총과 유가족은 이씨의 죽음을 과로사라고 봤다. 과중한 업무와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유가족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는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보게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자로 쓰게 했다. 각 건물의 준공연도도 문제로 출제됐다. 동료 노동자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러운 시험과 점수 공개에 당황스러웠고 자괴감을 느꼈다”며 “저희가 현장에서 이런 일을 한다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울먹였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