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스피드(Speed, 1994)’와 속도경영(Speed Management)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1-07-15 13: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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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스피드(Speed, 1994)’와 속도경영(Speed Management)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영화 <스피드(Speed, 1994)>는 ‘주행속도가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폭발하도록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는 버스의 승객을 구출’하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속도=생명’이므로 언제까지 버스가 그 속도를 유지하고 달릴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더구나 러시아워의 교통체증 상황에서 방해를 받지 않고 버스가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경찰 잭 트래븐(키아누 리브스)은 버스가 50마일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적합한 장소로 공항을 선택하는데, 적절한 선택이었다. 다음 문제는 버스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감시 카메라를 통해 버스의 상황을 감시하는 테러범의 눈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시카메라가 버스 승객 애니(산드라 블록)가 입고 있는 옷에 초점을 맞추고 이는 점을 이용하여 방송국 카메라를 고정함으로써, 승객들을 안전하게 도피시키는데 성공한다.

물론, 그 사이 범인을 색출하는 작업도 이루어졌지만. 가장 좋은 결과는 승객을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버스도 폭파되지 않게 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버스는 비행기와 충돌하여 폭파되고, 범인을 체포하려던 경찰이 희생되는 결과를 낳는다. 덧붙여 마지막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지하철 열차가 폭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신속한 판단, 어려운 순간을 이겨낸 현명함, 용감함, 그리고 헌신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잘 극복함으로써 영화는 끝난다.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비즈니스는 시대별로 변화해 왔는데, “1980년대는 질(質)의 시대, 1990년대는 리엔지니어링의 시대, 2000년대는 속도(speed)의 시대”라고 규정함으로써, 미래의 기업 성패는 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표현과도 같이 이 영화 속의 극단적인 긴박한 상황은, 경영측면에서 기업의 ‘속도와의 전쟁’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급속도로 변화함은 물론, 그 변화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한의 속도를 유지하여, 그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함을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게 되면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음은 물론,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스피드(Speed, 1994)’와 속도경영(Speed Management)

이런 의미에서 속도가 중요하다는 뜻인데, 보통 속도란, 출발점에서 목표지점에 ‘빨리’ 도달하는 것을 뜻한다. 속도경영(Speed Management)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공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또한 그 속성으로, ‘먼저(機會先占경영), 빨리(時間短縮경영), 제때(타이밍경영), 자주(柔軟경영)’를 들 수 있다.(조영빈, “숨겨진 競爭力-스피드 經營”, 삼성경제연구소, 'CEO Information', 제81호, 1997. 3.12. p.2.) 그러나 기업경영에서의 속도는 단순히 빠르다는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품을 생산․공급한다 하더라도 정확성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속도경영이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야 하며, 부정확한 속도는 오히려 경영을 악화시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속도경영은 ‘단순히 빨리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결정할 것은 빨리 결정하고, 느리게 결정할 것은 느리게 결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경영은 기업 생존․발전의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 시스코 시스템즈 전 회장 존 챔버스의 “덩치가 크다고 해서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느린 기업을 언제나 이긴다”는 말은 그런 사실을 단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느리면서 좋은 의사결정이란 것은 없다. 빠르면서 좋은 의사결정이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면서 남보다 늦게 의사결정을 했다면, 아무리 올바른 결론이라 하더라도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결정이 되고 만다.(강우란의 '굿 스피드의 조건-결국 스피드가 기업을 살린다!' 중에서).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