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영업자는 못 참겠다

기사승인 2021-07-17 0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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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영업자는 못 참겠다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반복되는 야근과 상사의 갑질. 직장에서 고단함을 느껴봤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장사’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 경험이 있을 터다. “식당이나 하나 차려볼까. 내가 한 손맛 하잖아.”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맛집=대박’이라는 등식도 깨진 지 2년이 다 돼가는 구식 발상이 돼 버렸다. 2020년 1월20일 우리나라를 침범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이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장 운영시간에 제한시간이 생기면서 토막나기 시작한 자영업자들의 수입. 코로나19 이후 눈에 피눈물 마를 날이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K-방역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입니다. 제발 좀 살려주세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한 켠에서 자영업자들이 울분을 쏟아냈다. 정부 4단계 방역 조치가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그들은 소리쳤다.

불법 집회라는 경찰 규정에도 자영업자들이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다. 식당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계속되면서 자영업계 매출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을 들이 밀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그동안 대출로 연명했지만 벌써 받은 게 1억원”이라며 “갚을 능력이 안되는데 대출이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대책 없이 기존 방역 조치만 연장하는 정부에 화가 나 있었다. “카페 매장을 닫으라면 닫았고, 10시에 장사를 접으라면 접었다. 그러다 빚만 떠 안은 지금 정부 지침을 따르기만 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다. 지금 경찰이 내 심정을 아느냐.” 집회를 저지하는 경찰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다 단속에 잡힌 한 자영업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라는 악재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어려움은 더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1% 인상된다. 물가 상승률과 노동계를 생각하면 임금 상승은 반가운 소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벌이도 시원치않은 상황과 내년부터 올라버린 인건비에 자영업계 곡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요구는 장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방역 조치다. 확진자 추이에 연연하지 말고, 치명률에 집중한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이 필요하다고 자영업계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상 최대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운 최근 방역 감시망을 단단히 매는 일도 중요하다. 예방 특효는 뭐니해도 경각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1년여 이상 생계 위협을 감수하고 따라준 이들의 지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손 놓고 구경 중인건 아니다. 소상공인 손실 지원 내용을 담은 손실보상법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금액과 구체적 지급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정부는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할텐가. 자영업자는 더 못 참겠다. 희생 강요는 무더위 속 심야 추격전으로 자영업자를 다시 내모는 꼴이 될 거다.

smk503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