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승부조작, 방역수칙 어긴 국대… 국민 스포츠의 민낯

기사승인 2021-07-18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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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가 승부조작, 방역수칙 어긴 국대… 국민 스포츠의 민낯
승부조작 범죄에 연루된 전 삼성 선발 투수 윤성환.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프로 통산 135승에 빛나는 한 구단의 레전드는 승부조작에 참여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뛸 자격을 얻은 선수는 방역수칙을 어겨 리그를 초토화시켰다. 국민 스포츠라 불리며 질적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인기를 얻어온 프로야구의 민낯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16년간 선발 투수로 활약한 윤성환은 지난해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주말 경기 때 상대팀에게 1회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성환은 이 승부조작 대가로 받은 5억 원을 불법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구단을 대표하는 ‘레전드’의 충격적인 말로에 팬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으로 뽑힌 박민우(NC 다이노스)와 한현희(키움 히어로즈)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외부인과 만남을 가진 것이 발각돼 태극마크를 스스로 내려놨다.

박민우는 앞선 5일 팀 선배인 박석민, 이명기 등과 함께 원정 숙소인 호텔에서 외부인 여성 두 명과 사적인 술자리 모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를 제외한 동료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여파로 인해 NC와 경기를 치렀던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KBO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박민우 등 NC 선수들이 방역당국의 조사 중 동선을 허위로 보고하고 은폐한 사실이 알려졌고, 급기야 NC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외부인이 한현희 등 키움 선수 2명과도 접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리그가 발칵 뒤집혔다. 한현희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5일 새벽 수원의 숙소를 무단이탈해 강남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자아냈다.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오랫동안 선수들의 부정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폭행 연루부터 음주운전, 성폭행‧성희롱, 승부조작, 학교 폭력, 약물 복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을 저질렀다. 비위 사실 방지를 위한 구단, 리그의 교육도 소용없었다.

그간의 사건들이 리그 내적인 이슈에 그쳤다면, 이번 술자리 논란은 궤가 다르다. 코로나19로 의료진과 전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어기고 사적 만남을 가지며 사회 전반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리그 내적으로도 재정 악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정 진행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관계자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실책을 저질렀다.
레전드가 승부조작, 방역수칙 어긴 국대… 국민 스포츠의 민낯
NC 다이노스 2루수 박민우. 연합뉴스


이순철 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위험한 지, 확진자가 나왔을 때 리그가 어떻게 된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에이 이 정도야’,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겠지’, ‘무슨 일 있겠어’ 라는 등의 생각들이 선수들 머릿속에 내재돼 있어 발생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다가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가 침투해 코로나19에 걸린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며 “높아진 프로야구의 위상에 비해 선수들의 프로 의식과 윤리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0승을 넘게 거둔 투수가 승부 조작이나 하고, 불법 도박이나 하고 있는데 도덕 불감증이고 선수로서 윤리 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야구팬들이 거리 간격을 유지하고 마스크를 써가면서 응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선수들이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팬이 떠나는 것은 순식간이고 그 팬을 다시 모으는 건 정말 어렵다. KBO리그에 속해 있는 야구계에 종사자들이 대오각성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프로야구 망하는 건 순간이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2018년 807만 명에 달했던 관중은 2019년에는 728만 명으로 입장 관객 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별로 관심 없다’는 26%, ‘전혀 관심 없다’는 38%였다.

프로야구 팬 A(31)씨는 “배가 불렀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팬들의 사랑으로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생활을 누리면서 보답은커녕 각종 범죄나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선수들을 왜 응원하는 건지 자괴감이 들더라. 한 때는 내 삶의 전부가 야구였던 적이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선수들이 해마다 사회면에 나오는 게 놀랍지도 않다”고 일침 했다.  

한편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해당 선수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사적인 모임이 추가로 더 있었는지 전 구단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돌입했다. KBO는 부적절한 사적 모임이 추가로 더 있었는지 전 구단에 전수 조사를 지시하고 적발되면 강력하게 징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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