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여성건강에 영향?… “연구 드물어 추정 불가”

기사승인 2021-07-20 03: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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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여성건강에 영향?… “연구 드물어 추정 불가”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백신이 월경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1분기부터 인터넷상에는 백신을 맞고 월경 주기에 변화가 생겼다는 후기가 빈번히 게시됐다. 여성 이용자가 대부분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백신을 맞고 월경이 멈췄다’거나 ‘주기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월경이 시작됐다’는 등의 경험이 공유됐다. 기혼 여성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월경 중에도 백신을 접종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임신을 시도하고 있어 배란유도약을 처방받았는데, 약을 복용하는 중에 백신을 맞아도 괜찮나’ 등의 질문도 적지 않았다.

이는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되는 가임기 여성이 증가하면서다. 국내에서 18세부터 30세 미만 여성들이 접종받을 수 있는 백신은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이다. 30세 이상 여성들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도 접종받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생 우려로 3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분기부터 현재까지 백신 접종 대상은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 경찰관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 초중고등학교 교직원 및 18세 이상 고3 수험생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임신과 임신부에 대한 백신의 영향 역시 확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 임신부는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및 예방접종 안내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부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신부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안내한다. 반면 해외의 임신부 대상 접종 현황은 국내와 정반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임신부를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영국의 백신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역시 임신부도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여성 과학자들이 본격적인 연구조사를 시작했다. 캐서린 클랜시(Kathryn Clancy) 일리노이대학교 생물인류학과 교수와 워싱턴대학교 의대 박사 과정을 마친 연구원 캐서린 리(Katharine Lee) 등 여성 학자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월경 관련 경험(menstrual experiences with covid-19 vaccines)’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백신을 접종한 뒤 월경과 관련한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 여성들의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백신 접종 후 월경 주기와 이상 증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여성건강의 관련성을 연구한 사례는 드물다. 김봉영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까지 백신과 월경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백신접종 후 월경이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 원인으로 백신을 지목할 수는 없다”며 “임신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활용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더니, 특별한 악영향이 없었다는 초기단계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성별에 따라 백신의 부작용이 다를 가능성도 추정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유럽 지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가운데 혈전 부작용이 생긴 이들의 데이터를 보면 젊은 여성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차이가 나타난 원인은 연구되지 않았으므로 지금으로서는 백신이 정말 여성에게 더 위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8~9월 중으로 임신부 대상 접종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질병관리청 브리핑을 통해 “임신부, 12세 미만 소아, 12~18세 청소년 등 일반 국민 중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에 대한 접종 여부와 세부 일정을 8월이나 9월 중으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에 따르면 정부는 전문가와 학회 의견, 접종 시 예상 효과, 국민들의 접종 의사,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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