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강·석유화학업계, 최대실적에 웃고 있을 수만 없다

황인성 / 기사승인 : 2021-07-29 0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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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한 중후장대 산업이 예상을 뛰어 넘는 높은 실적을 냈다.

국내 철강업의 두 축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 수요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며,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다수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위생·일회용품 수요 증가 등 코로나 특수로 상반기 대규모 호실적이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이어온 호조가 계속될 걸로 예상돼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단기적으로는 결코 나쁘지 않은 분위기 속에 곧 다가올 미래는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친환경 추세에 따라 전 세계가 탄소중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4일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한 입법안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EU에 수입되는 제품 중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크리스 쿤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스콧 피터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일부 고탄소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정책 목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했기 때문에 탄소국경세 도입 가능성은 더욱 크다.

자유무역을 통해 수익을 내는 한국 기업들에는 분명히 큰 위기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낸 철강, 석유화학업계는 산업 특성상 탄소 배출이 많아 더욱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각 기업들은 ESG경영 트렌드와 더불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탄소 행보를 적극 보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석탄을 대신해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에 나섰고, LG화학,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소, LNG 등 친환경 대체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의 탈탄소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한전이 송‧배전을 독점하고 있어 민간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전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탄소국경세 충격을 최소화하가 위해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과 대응이 필요하다. EU, 미국과의 외교적인 협상을 지속해야 할 뿐 아니라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세금 감면, 인센티브 등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위한 전력거래제도 개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와 마주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현재 기업의 상황에 맞게 각자 추진 중인 ‘탈탄소화’를 착실히 수행하면서 제도·정책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한 국가의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으로서는 사회적 책무이자 권리를 다해야 한다.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