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획재정부에 조세정의를 묻는다

지영의 / 기사승인 : 2021-07-30 06: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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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세금은 아는 만큼 덜 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실이다. 세법에 있는 여러 규정을 알고 있으면 세액을 더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서다. 이 정도까지는 좋다. 문제는 과세 공백을 이용해서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다.

최근 국세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교묘한 조세회피 거래를 포착했다. 국내 증권사들과의 거래에서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그대로 들고 나가고 있는 점을 잡아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얻은 배당액과 이자는 조세협약에 따라 한국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대상이다. 명백한 국내 세수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직접 투자하지 않고 국내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 과세망을 피할 수 있다. TRS를 통한 거래는 '파생상품 소득'으로 처리되기에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어서다. 국내에서는 세금이 새어나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최근 5년의 외국인 TRS 거래액은 200조원이 넘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금융투자소득을 챙길 수 있다. 바로 룩셈부르크와 케이만제도처럼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에서 TRS를 맺고 들어오는 경우다. 이러면 국내증시에서 원천징수 당하지 않고 가져가는 투자금에 대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룩셈부르크의 지난해 기준 실효세율은 0.7%대다. 조세협약에 따른 외국인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이 14%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에게 아주 남는 장사인 셈이다.

TRS는 정상적인 투자상품이지만, 이 계약을 조세회피 혹은 탈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TRS 거래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 중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알고 고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악용이자, 조세회피를 넘어선 탈세다.

증권사들은 외국인 조세회피를 수수방관하는 상황이다. 조세정의를 위해 일하는 기관이 아니니 당연히 손 놓고 쳐다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당국의 조사를 방해까지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의 자료협조 요청에 형식적인 데이터를 내며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도 석연치 않다. 외국인 고객 정보를 보호해야 하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HTS와 MTS 전산 인프라를 강조하는 금융사가 내세울 만한 변명으로는 무색하기 짝이 없다.

과세불복에도 나섰다. 전체 외국인 TRS 거래의 99%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5개사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넣은 상태다. 요지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청구 과정에서도 증권사들의 고의적인 시간끌기가 엿보인다. 전체 데이터를 한 번에 뽑아 올리는 것이 아닌, 건별로 나눠 천천히 여러 차례에 걸쳐 청구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과세망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어딘가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할 수 없으니 중요한 것은 그 틈을 메우려는 노력이다. 앞서 차액결제거래(CFD)도 탈세에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 끝에 결국 과세 대상이 됐다. TRS만 아직 과세 사각지대인 셈이다. 국세청은 과세 사각지대를 행정력을 동원해 메워보려고 애쓰고 있다. 조세정의를 위한 세제 정책을 짜는 기획재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기재부에 조세정의를 묻는다. 외국인 조세회피 거래 이대로 방관해도 괜찮나. 개인투자자들에게 엄격히 적용되는 조세정의, 외국인들에게도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지 않나.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