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함께일 때 더 강했다 [올림PICK]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08-01 08: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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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브르 여자 대표팀의 윤지수가 동메달을 결정지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뭉치면 더욱 강해진다. ‘원 팀’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펜싱 대표팀이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출전권을 따낸 단체전 종목에서 전부 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올렸다. 남자 사브르와 에페 단체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여자 에페와 사브르 단체전에선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 에페, 여자 사브르는 올림픽 역대 첫 메달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낸 한국 펜싱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런던 올림픽을 뛰어넘는 결실을 맺겠다는 각오로 도쿄 올림픽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메달이 유력했던 선수들이 나란히 고배를 마시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사브르 남자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이 8강에서 충격 탈락했고, 여자 에페 세계 랭킹 2위 최인정 역시 32강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밖에도 에페 디펜딩 챔피언 박상영(랭킹 8위), 여자 에페 강영미(랭킹 8위), 남자 사브르 구본길(9위)도 준결승 문턱을 밟지 못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자 사브르의 베테랑 김정환(랭킹 15위)만이 동메달을 수확하며 체면을 살렸다.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똘똘 뭉친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갖가지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세계의 강호들과 맞서 싸웠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오상욱이 흔들릴 땐 맏형 김정환이, 김정환이 부진할 땐 구본길이 나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승부처에선 오상욱이 이름값을 해내며 대표팀에 승리를 안겼다. 31일 열린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선 5라운드까지 15-25로 밀리는 등 패색이 짙었지만 윤지수가 나서 홀로 11점을 따냈고, 부상으로 이탈한 최수연을 대신해 출전한 후보 선수 서지연이 깜짝 활약으로 35-33 역전을 이끌었다. 여자 에페는 막내 송세라의 활약에 힘입어 랭킹 1위 중국을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극적인 승부 끝에 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하나같이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간 의지가 되어주었던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남자 에페 맏형 권영준은 “일본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도망가고 싶었다. 이것마저 못하면 죽어야겠다고 생각다”면서도 “동생들이 ‘끝나고 술 먹자’며 마음을 풀어주고 농담도 하며 챙겨줘서 긴장이 풀렸다. 동료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여자 에페의 최인정 역시 “영미 언니와 동생들이 너무 잘 뛰어줘서 결승까지 올랐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남자 사브르 구본길은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도 같은 멤버로 금메달을 수확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환이 형이 파리를 안 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환이 형을 끌고 가려고 한다. 2연패를 했으니 3연패에 도전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