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 김연경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08-04 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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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은 하나 꼭 따고 싶다”고 항상 말하던 김연경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무대 밟아
브라질-러시아올림픽위원회승자(ROC)와 4강 맞대결

득점 후 환호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김연경(33)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200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연경(34)은 V리그 우승과 최우수선수(MVP) 등을 모두 휩쓸었다. 이후 해외 무대에 넘어가서도 김연경의 위력은 여전했다. 일본, 유럽 등에서도 우승 커리어를 추가하는 동시에 최우수선수(MVP) 등을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의 커리어를 달성했다.

김연경도 달성하지 못한 무대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이었다. 3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고 있는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4강에 올랐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김연경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연경은 항상 인터뷰 때마다 “올림픽 메달은 하나 꼭 따고 싶다”고 말해왔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김연경이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십억원 이상의 연봉 삭감을 무릅쓰고 한국 무대를 복귀했다. 

하지만 김연경과 국가대표팀에 악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2월 주전 세터와 레프트였던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불미스러운 학폭 사태 등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레프트 강소휘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하질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선수층이 얇아졌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이탈라아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 여자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 12패로 16개 팀 중 15위에 그쳤다. 올림픽 개최 직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여자 배구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

우여곡절 시작한 올림픽에서 첫 경기인 브라질을 상대로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케냐를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거뒀고, 도미니카를 잡은 데 이어 숙적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내면서 3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리 후 라바리니 감독과 자축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터키. 세계 8위인 터키를 상대로 이번에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따랐지만,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대표팀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 내내 부진하던 선수들도 이날 만큼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터키에 맞섰다.

경기는 접전이었다. 1세트를 내줬지만 2·3세트를 얻으면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다시 앞서갔다. 하지만 4세트를 내주면서 결국 5세트로 승부를 향했다. 5세트에서는 경기 초반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세트 9-10에서 동점을 만드는 득점을 올린 데 이어 연달아 득점을 뽑아내면서 승리를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경기를 끝내는 득점 역시 김연경의 몫이었다. 터키가 막판 추격에 나서면서 14-13, 한 점 차로 쫓겼지만 김연경이 랠리 끝에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김연경은 양 팀 최다 28점을 쏟아부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양 팀 통틀어 최다득점이었으며, 공격 성공률은 49.06%(26/53)였다.

김연경 이외에도 박정아가 16득점의 활약. 양효진도 11득점, 김희진도 9득점을 올리며 김연경의 뒤를 받쳤다. 이외에도 정지윤은 연달아 연타 공격으로 팀에 힘을 실어줬고, 박은진은 5세트에서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서브를 연달아 날리면서 김연경이 2연속 다이렉트 킬을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원 팀'의 모습을 보여준 여자배구대표팀이다.

이제 한국의 45년 만이자 김연경의 첫 올림픽 메달까지는 단 한 걸음만 남았다. 한국은 오는 6일 브라질-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비록 한국보다 한 수 위 상대지만 터키전처럼 언더독 정신이 다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