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치우러 갑니다

기사승인 2021-08-24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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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안해서합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치우러 갑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특수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노인복지관, 맞춤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는 생활지원사의 다급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80대 남매 두 분이 사는 집이 있어요. 치매가 의심돼요” 사회복지사는 반찬을 들고, 이들의 집을 찾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짐. 물건을 버리지 못해 쌓아둔 쓰레기집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여러 차례 청소해주겠다고 회유했지만, 이들은 청소를 거부했습니다. 2주간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지난 20일, 특수청소를 진행했습니다. 기자도 함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치우러 갑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곰팡이 핀 벽지를 닦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이번 청소는 특수청소 업체 직원 2명과 자원봉사자 5명 총 7명이 참여했습니다. 오전 9시, 아파트 단지에 모인 봉사자들은 목장갑과 방진 마스크를 끼고 청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쌓여있는 잡동사니 탓에 실내는 보이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거실에는 녹슨 가전제품과 곰팡이 핀 생필품이 가득했습니다. 거실에 쌓인 보따리와 쓰레기를 버리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언제 썼는지 모를 빗자루, 녹슨 그릇, 검은 액체로 가득 찬 물통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벽지는 본래 색을 알아볼 수 없게 변했습니다.

서랍장을 열자 바퀴벌레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벽에는 거미가, 창틀에는 거미줄이 가득했습니다. 왁스를 사용해 벌레 사체와 곰팡이 등 각종 오염 물질을 닦아냈지만, 깨끗이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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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집에서 나온 폐기물을 사다리차로 나르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오후 1시, 사다리차와 폐기물 트럭이 도착했습니다. 사다리차가 수십번 오르내리자, 1톤 트럭 3대가 짐으로 가득 찼습니다. 미처 담지 못한 짐은 길 위에 쌓였습니다. 총 2.5톤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깨끗해진 방과 거실에는 방역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도배와 함께 새 서랍장 긴급 지원서를 신청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마쳤습니다. 

이날 청소 봉사에 참여한 유씨(52·여)는 “개인적인 일로 힘든 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특수청소 영상을 보게 됐다”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특수청소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민지(22·여)씨는 “사회복지학과 학생으로서 노인 복지에 관심이 생겼다”라며 “오늘 봉사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치우러 갑니다
청소를 마치고 깨끗해진 거실과 방. 사진=박민규 기자
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4건의 쓰레기집 청소가 있었습니다. 이창열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은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풍습 때문에 물건을 버리지 않는다”며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버리는 것이 아까워 쌓아두다가 쓰레기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무료청소 봉사를 주관한 김새별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 대표는 “쓰레기집 청소에 예산을 책정하기 어려운 복지관 상황을 알기 때문에 꾸준히 청소 봉사를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청소는 이웃 주민의 신고와 사회복지사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거리 두기로 서로에게 소원해진 지금, 소외된 이웃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요.

yunie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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