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있으면 오지 마라” 임대주택서 만난 신혼부부[들어봤더니]

10년 분양형 임대주택, 거주 6개월차

기사승인 2021-09-04 06: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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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있으면 오지 마라” 임대주택서 만난 신혼부부[들어봤더니]
경기도 파주시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길 한쪽에 나와있는 쓰레기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임대주택이 크게 증가했다. 누구나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임대주택은 집값 상승과 함께 무주택자의 주거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내년까지 임대주택 재고를 200만 가구까지 늘려 무주택 임차가구의 20%는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주택이 주거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임대주택 거주 6개월차된 신혼부부의 솔직한 거주 후기를 들어봤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신혼부부 가장이다. 자녀는 1명이다. 올해 파주에 위치한 10년분양전환형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임대주택은 방3개에 화장실 2개인 24평형 규모다.

△임대주택에 어떻게 입주하게 됐나

-우리 집은 추가로 당첨됐다. 처음에는 2018년도에 모집공고가 나와 1차 모집을 진행했다. 그때 미달이 났다. 1차 경쟁률은 내가 알기로 0.5대 1 수준이었다. 2018년도는 막 택지가 개발되던 시기인데 ‘서울과 너무 멀다’, ‘교통이 문제다’라는 말이 나와 안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일산을 거쳐 와야 하는데 일산에서 서울 들어오는 차가 많다보니 도로가 막히고, 차 없으면 못 다닌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변은 완전 벌판이라 인프라도 없어 경쟁률이 매우 낮았다. 그러다 2018~2019년 쯤 2차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그때는 경쟁률이 0.98 정도여서, 거의 1대 1이었다. 2차 모집에도 잔여세대가 160세대 정도 나왔다. 올해 2~3월쯤 160세대에 대한 3차 공고가 나왔다. 3차부터는 자격 조건이 없어 맞벌이에도 지원이 가능했다. 2차까지는 소득기준을 보는데 3차부터는 추첨이다. 그래도 물량이 남아 4차 모집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 수준에 만족하나
-현재 살고 있는 집이 74㎡이라 평수로 24평정도 된다. 보증금을 1억3900만원까지 최대로 올렸을 때 월세가 24만원이다. 1억원 정도 대출을 받는다고 보면 3% 금리에 1년 이자가 300만원 정도 나온다. 월 25만원 정도가 이자다. 월세랑 합치면 월 50만원 정도가 주거비용이다. 비슷한 크기의 민영 아파트 전세대출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임대아파트가 나왔지만 일대료는 결코 싸지 않다. 그게 임대아파트의 제일 큰 문제다. 통상적으로 관리비는 24평형을 기준으로 평균 18~20만원 정도 나온다. 여름에 전기료가 많이 나오면 30만원 가까이 나온다. 한 달에 월세랑 이자, 관리비로 70만원 정도 나간다고 보면 된다. 임대아파트 목돈 없는 사람이 많이 들어오는데 임대료가 비싸다. 직장이 가까워 교통비가 줄어든다는 점이 그나마 지출을 맞주고 있다.

△분양전환 때문에 입주한 건 아닌가
-분양을 받을 거라고 생각은 못 하고 있다. 10년 후에 실제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 동네 시세가 4~5억원이다. 3호선 연장이나 GTX이슈가 있어서 10년 후면 적어도 6~7억원은 갈 거다. 아마 그 이상 갈 거라고 본다. 분양가는 10년 후 시세의 70~80% 수준인데 보수적으로 6억원의 70% 잡으면 4억2000만원 정도다.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받는 조건으로 적어도 내가 가진 돈이 1~2억원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10년 안에 1~2억원을 모우기 쉽지않다. 나도 월 50만원씩 이자와 월세 내고 아이에게 들어갈 돈 생각하면 앞으로 1억원을 모으기 어려울 걸로 생각한다. 지금도 어려울 때는 마이너스 통장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크지 않다.
“목돈 있으면 오지 마라” 임대주택서 만난 신혼부부[들어봤더니]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싱크대 하부가 벌어진 모습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품질에는 만족하나
-우리는 추가 당첨된 케이스라 하자점검을 제대로 못 하고 들어왔다. 공공임대라 LH에서는 건설사에 공사비를 많이 주지 않고, 건설사는 최대한 돈을 아껴 아파트를 짓는 것 같다. 그러니까 건설사에서는 완전 하자여도 그냥 묻고 간다. 1~2차 입주자 모집에서는 입주 전에 하자점검을 다 하고 사람들이 입주했다. 그런데 추가는 입주해서 하자 점검하라는 방식이다. 대신 2년 동안 A/S 기간이니까 하자가 나오면 보수해 주겠다고 한다. 입주 후 직접 확인해 하자점검 요청한 게 10건이 넘는다. 유리창 새시와 대리석이 깨져있고,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기울어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닥 기울어져 있는 것은 건설사에서도 인정하더라. 싱크대랑 바닥이 수평이 안 맞는 정도다. 또 부부방 욕실 샤워기(해바라기)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설치돼 있었다. 발코니 외벽이 가벽으로 설치된 곳도 있다. 세탁기 설치 기사가 방문했다가 가벽에는 설치할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갔다.

“목돈 있으면 오지 마라” 임대주택서 만난 신혼부부[들어봤더니]
임대아파트 반대편은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모습

△임대아파트 편견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었나

-임대 아파트에 대한 편견은 신경 좀 쓰였다. 근데 아파트 단지가 전부 임대아파트고, 대단지라 그나마 안심이 됐다. 단지 옆에 초등학교가 따로 생기니까 임대아파트 사는 자녀들끼리 학교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부에서 오는 편견은 좀 적을 거라고 봤다. 아파트 내부 쓰레기나 흡연 등의 문제도 들어오기 전에 들어봤는데 없지는 않았다. 종이박스에 음식물쓰레기까지 담아서 그냥 종이 버리는데 버려두고 가거나 이중주차, 전기차 충전하는데 주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입구에 주차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 문제도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담배를 피우면서 이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로 담배 연기가 오더라. 이밖에 아파트 주민끼리 멱살 잡고 싸우고, 밤에 집 앞 공원에서 술 먹고 안치우고 가는 경우도 있다. 입주민 전부가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의 문제는 있었다.

△임대주택 살면서 최근 집값 상승은 어떻게 보나
-답답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월세에 이자로 월 50만원씩 시드머니가 나간다고 생각하면 저축은 꿈도 못 꾼다. 또 집값이고 전세 값이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 전세가 좋은 건 임대료 내는 부분을 모아 투자 또는 저축을 할 수 있어서다. 여기는 월세 부담이 커 내집 장만이 어렵다. 그리고 분양형 임대주택 거주자는 분양 여부와 관계없이 3년간 청약 신청이 불가능하다. 분양형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3년간 유주택자로 간주한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청약 신청해 내 집 마련하는 걸 막아 놓은 거다. 돈이 좀더 있었으면 임대주택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목돈 있으면 임대주택 오지 마라.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