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국가대표… 김연경의 못 다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1-09-06 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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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김연경(33·상하이)이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소감을 밝혔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달 8일 폐막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신화’를 달성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국민들의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한국과 브라질의 4강 경기는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이 38%에 달할 정도였다.

대표팀의 핵심 선수였던 주장 김연경은 지난달 12일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5년 17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처음 단 그는 A매치만 271경기를 치르고 17년 만에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귀국 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김연경은 6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굿바이 국가대표… 김연경의 못 다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연합뉴스
◇ 배구여제의 마지막 올림픽

“이번 올림픽을 치르면서 ‘마지막이겠다’란 생각을 매번 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 부터 끝날 때까지 감회가 항상 새로웠다. 아직도 닭살이 돋을 정도다. 빈 코트를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기자님이 촬영했다. 신기하다.”

“선수인지라 경기를 치르다보면 항상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하는데 특히 이번 올림픽은 5년 만에 치르게 됐다. 끝나고 나서 ‘후회없이 했구나’란 생각을 느낄 만큼 해보고 싶었다. ‘후회없이 해보자’ 발언이 이슈가 돼서 부끄럽기도 하다.”

“일본에 돌아온 이후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단연 한일전이다. 5세트 때 12-1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일 것 같다.”

굿바이 국가대표… 김연경의 못 다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3·4위전 패배 후 표승주를 안아주는 김연경.   연합뉴스
◇ 정들었던 태극마크와 이별

“국가대표 은퇴 시점을 언제 잡아야 할 지 항상 고민해왔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마치고 은퇴를 해야겠단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부상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리그가 겨울과 봄에 하고 대표팀 경기는 여름에서 가을에 보통 치른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돌고 있다란 느낌이 들었다. 버겁다란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라바리니 감독님이 국가대표 은퇴와 관련해 무슨 말씀을 해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 감독님이 ‘선수들이 항상 마음이 바뀐다.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다’라는 생각들을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어보신 거 같다. '은퇴 확실하냐?'고 물어보신 뒤 확실하다고 하면 일주일 뒤에 또 물어보셨다. 은퇴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보였다.”

“사실 막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그래도 항상 좋은 말씀은 많이 해주셨다. '좋은 선수면서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동을 받았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견하다고 해주셨다.”

굿바이 국가대표… 김연경의 못 다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3위 세르비아에 박수를 치는 김연경.   연합뉴스
◇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이지만… 선수 생활은 아직 안 끝났다

“팀을 고를 때 고민이 많았다. 국내 잔류, 유럽 진출 등 많은 부분에서 생각했다. 이번에 중국 리그가 두 달 정도로 시즌을 짧게 치른다고 얘기를 들었다. 짧은 시즌을 치르면 좋을 것 같았다. 대표팀이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짧은 시즌’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 중국으로 정했다.”

“향후의 미래에 대해 지금 결정한 건 하나도 없다. 가끔 생각을 해보는데 지금 미국 쪽에 배구 리그가 생겼다. 거기서도 이야기가 있긴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MVP를 받은 조던 라슨이 연락이 와서 미국에서 뛸 생각이 없냐고 했다. 유럽에서도 이야기가 있긴 한데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해 놓은 건 없다. 만약에 간다고 한다면 이탈리아 리그에서 뛴 적이 없어서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이전에는 막연히 지도자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해외 진출을 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기에 해외에서 경험한 시스템을 가지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많았다. 최근에는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장을 위해 만드는 역할을 하는 행정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방송인 김연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과거에는 운동만 생각했는데 방송을 해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나에게도 좋은 부분이 많았다. 새로운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내 자신도 향후의 미래가 너무 궁금하다.”

“앞으로 프로팀 선수 생활이 남았다. 다들 은퇴 이야기를 하시는데 국가대표만 그만하는 것일뿐 선수 생활은 계속 한다. 지금의 기량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도 김연경이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굿바이 국가대표… 김연경의 못 다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2021 코보컵 여자부에서 MVP를 수상한 정지윤.  프로배구연맹(KOVO).
◇ 김연경이 생각하는 포스트 김연경은?

“이제 대표팀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할 것 같다. 라바리니 감독님이 들어오시면서 체계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자들이 빠지고 들어오는 부분 등 선수들이 계속 바뀌면서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없었다.”

“청소년 대표팀, 유스 선수 등 선수 육성이 중요할 거 같다. 국가대표 지도자분들이 우리가 했던 부분들을 소화시켜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 그 선수들이 성인대표팀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앞에 있는 경기가 아닌 시간을 과정으로 보고 큰 대회에 매진하는 목표로 계획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코보컵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많았다. 한 명만 고르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가야 할 친구들이 있다. 각자 소속 팀에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이제는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가야 할 선수들이다.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준비해줬으면 한다. 모든 선수들이 앞으로 더 잘해줬으면 한다.”

“도쿄 올림픽에서 같이 뛴 정지윤 선수에 대해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님과 둘이서 조용히 얘기한 걸 인터뷰에서 말씀하더라. 정지윤 선수는 이제까지 소속팀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다. 팀의 사정상 부족한 포지션에서만 뛰어왔다. 라바리니 감독님도 시간이 길게 있다면 정지윤 선수를 레프트로 길게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지윤 선수는 내가 봐도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파워풀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코보컵에서 MVP도 받았고 좋은 활약을 했다. 다만 레프트 포지션은 수비도 잘 해야 한다. 아직 레프트로 1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힘든 날이 있을 것이다. 더 노력해서 잘 이겨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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