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침식은 처음” 전문가도 떨게 한 동해안 기후변화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09-16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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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주간 파도에 의해 빠르게 유실 "이례적"
강릉시 안전사고 우려 지난 2일부터 진입 통제

강릉 하평해변 9월 초 모습. 강릉시 해양수산과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강원도 동해안 백사장이 최근 2~3주간 파도에 의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유실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강릉시는 추석 전후로 예정된 태풍이 지나간 뒤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강릉시는 경포해변 백사장에 설치된 일부 데크 산책로 구간을 안전사고 우려로 지난 2일부터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산책로 데크를 지탱하고 있던 모래가 파도에 쓸려나가며 기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구간은 데크가 위태롭게 공중에 떠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책로 이용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가 데크 일부 구간을 페쇄하고 철거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 이례적 동해안 해변 해안 침식…이용자 안전 위협

동해안 해변의 해안침식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유독 침식 속도가 빠르다는 게 시와 전문가의 공통적 의견이다. 이례적 현상이 관측된 것은 경포해변 뿐 아니라 하평·사천진, 송정해변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하평해변의 경우 기초사석(방파제 내부에 투입하는 큰 돌)이 붕괴되고 해빈절벽이 형성되는 등 관광객과 인근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조사 결과, 강원 동해안 해변 102곳 중 해안 침식 등급이 ‘심각’과 ‘우려’ 단계인 곳은 92곳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심각’인 D등급이 49곳으로 1년 전보다 33곳이 늘었다. D등급은 ‘지속적인 침식으로 백사장 및 배후지의 재해 발생 위험지역’을 의미한다. 

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제12호 태풍 오마이스 이후 해수면이 높아지고 높은 너울성 파도에 의한 침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해안침식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청 강원도환동해본부(환동해본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연안침식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동해안에서는 장주기성 고파랑이 특정계절에 상관없이 년중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과거에 비해 내습 고파랑의 지속시간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 시민단체’ 소속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안 침식 왜…지구온난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등 복합적 요인

해안 침식 원인은 다양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도 그 중 하나다. 보고서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육지 쪽으로의 해수 범람을 유발하여 침수 피해를 일으키고 중장기적인 해안 침식에 영향을 준다고 봤다. 

자연적 요인뿐 아니라 인위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동해본부가 맹방해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파랑 모니터링 자료를 비교한 결과 지난 2019년 평균 유의 파고(특정 시간 주기 내에 일어나는 모든 파도 높이 중 가장 높은 파도 상위 1/3의 평균)는 H1/3= 0.80m, 지난해 평균 유의 파고는 H1/3=0.95m로 분석됐다. 약 19%의 파랑에너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는 국내에서 건설되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항만 부두 및 방파제 건설 작업으로 맹방해변이 침식됐다는 비판이 커지며 공사가 8개월 동안 중단됐다. 현재 삼척 시민들은 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 중이다.

◇ 전문가 “기후변화 경고 현실로”

김인호 강원대학교 공학대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올해처럼 해안침식이 심각한 것은 처음 본다”면서 “학자들이 과거부터 경고해 온 기후변화 위험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천진 해변의 경우 지난해 파랑에너지가 그 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파랑에너지가 강도도 세지고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속시간도 길어진다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보인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수심이 깊어진다. 수심이 깊어지면 너울 전파에 유리해 파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모래가 하천에서 해안으로 유입되지 못하는 문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물 사용량이 늘어나다 보니 댐, 저수지, 수중보를 많이 만들었다. 하천에서 해안으로 모래가 공급되지 못하고 차단되는 문제도 있다”면서 “특히 동해안에서는 경쟁적으로 해안도로를 놓고 있다. 그럼 옹벽을 건설하게 되는데 파도가 왔을 때 옹벽에 부딪혀 반사파가 생긴다. 이게 또 침식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해안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휴식공간”이라며 “단순히 지자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정확한 원인 규명이 먼저이고 그 뒤 예산을 투입해 해안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일단 추석 전후로 예정된 태풍이 지나고 사천해변지구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영진항~사천진항까지 4.18km에 이르는 하평해변지구 중 침식구간인 300m구간에 5억원을 들여 사석보강 및 모래 양빈을 해 도로옹벽을 보호하는 응급복구를 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해안 모니터링 및 전문가의 원인 규명 분석 후 해안으로 유입되는 고파랑 저감 및 해빈침식을 예방하기 위해 국비를 포함, 300억원을 들여 수중 방파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