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패션킹 사기 배후에는 ‘부부 사기단’이 있었다

김동운 / 기사승인 : 2021-09-17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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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킹 운영진, 코인전환 사기 노리다 실패 후 잠적
투자 피해자 ‘이간질·회유’ 등 2차 피해까지

패션킹 홈페이지 화면 일부.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P2P 유사수신 사기의 결말은 항상 똑같아요. 처음에는 진짜 수익을 안겨주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죠. 하지만 그 수익은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들의 고혈을 뺏어먹는 행위입니다. 결국 그들도 가해자인 셈이죠.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피해자라 할지라도 그들이 P2P사기업체를 만들고 피해를 양산하는 사례도 봤습니다”

지난달 수천명의 사람에게 몇백억대의 투자자금을 탈취한 ‘패션킹’ 사태가 터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여름 경 동아시아 지역에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몽키레전드’ 사건과 동일한 ‘P2P사칭 유사수신 폰지사기’와 동일한 방식의 수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몽키레전드 이후 유사수신 사기들과는 유형이 조금씩 달랐으며,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약 1000억원까지의 피해가 발생한 역대급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쿠키뉴스는 이번 패션킹 사태를 위해 법무법인 포유 및 이보, 패션킹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정황을 파악해봤다.

패션킹 오프라인 사무실에서 설명회를 진행하는 이모(사진 왼쪽)과 사건 이후 피해자들(사진 오른쪽). 사진=피해자 제보

패션킹 실세, 중국동포 귀화 ‘부부사기단’이 있었다

패션킹 사기는 지난해 유행했던 ‘유사수신 폰지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P2P금융’이라고 사칭한 뒤 투자자간 가상 아이템 구매 후 판매할 경우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사기꾼들은 이 가운데 최초 아이템 판매와 수수료 수익만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방식의 형태다.

다만 몽키레전드, 드래곤스타 이후 ‘동물농장’, ‘스타워즈’, ‘깨비팡’ 등 유사 사기업체들과 달리 패션킹은 몇 가지 특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의 유사수신 사기 업체들의 실세는 한국인이였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패션킹의 실세는 한국에 귀화한 중국 동포 김모씨와 그의 아내인 이모씨 두 명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하위 운영진이나 조직원들도 김씨 부부의 친인척이나 주변 지인들로 구성됐다.

실세가 중국 동포 출신이다 보니 이전 국내에서 발생한 P2P사기 피해와 달리 많은 국내외의 중국 동포들도 패션킹에 가입,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법무법인 포유 김경남 변호사는 “이번 패션킹 사태는 중국 매신저 앱인 위챗 등을 활용해 조선 동포들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일반적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광고 대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은 만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다가 결국 터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패션킹 조직도. 사진=피해자 제보

운영 기간만 약 8개월…이례적인 패션킹의 ‘롱 런’ 이유는

또한 패션킹 사기는 여타 다른 P2P사기와 달리 긴 시간 운영됐다. 몽키레전드 이후 유사 업체들은 길어야 3개월, 짧으면 2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에 투자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패션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29일까지 약 8개월간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런 수법의 사기들은 운영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입자들이 늘고, 투자금액이 늘어나는 ‘피라미드형 폰지사기’인 만큼 피해자와 피해금액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남 변호사는 “패션킹 사기 총책은 유사수신 수법을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1차 목적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후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들을 전부 자신들이 개발한 코인으로 강제 전환시키고 더 큰 규모의 코인사기를 준비하다가 수법이 들통나 잠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인사기라는 큰 목적을 위해 P2P사칭 사기업체를 운영하다보니 정상적인 업체처럼 보이고자 최대한 많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환급해주면서 비교적 오래 운영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모든 P2P사칭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사고가 터졌고,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션킹 운영진들이 '진짜 피해자방'을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이간질하거나 회유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피해자 제보

패션킹 운영진, 피해자 ‘이간질·회유’ 등 2차 피해까지

이처럼 패션킹 운영진이 잠적하게 되면서 투자 피해자들은 단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패션킹 피해자들이 사기업체의 수익 보장을 믿고 투자했다가 20여억원을 날렸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패션킹 피해자 채팅방 운영진 중 한 명은 “현재 다른 피해자들도 꾸준히 피해사실을 입증한 서류를 준비하고 경찰에 조사 요청을 하고 있다”며 “이미 신고를 마치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만 수백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문제는 패션킹 운영진들이 피해자 단체방에 잠입해 피해자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수법을 사용한다는 것. 이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인척 들어와 자신은 고소하지 않고 연락을 기다렸더니 돈을 받았다고 다른 피해자들이 고소하지 못하도록 회유한다거나,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피해자를 이간질해 채팅방에서 강퇴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패션킹 피해 제보자는 “이전에 활발하게 운영되던 채팅방이 모종의 이유로 폭파된 이후 피해신고를 적극적으로 돕던 유저들의 이름을 사칭한 카카오톡 채팅방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며 “피해자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자 그 채팅방마저 폭파하고 이젠 개개인 회원들에게 회유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경남 변호사는 “P2P사칭 사기 피해자들은 사기 사건 중에서도 고소나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이 10%가 안될 만큼 유달리 다른 사기유형 대비 낮은편”이라며 “사기꾼들이 회유하는 것은 법의 처벌이 두려워 일부만 피해금을 돌려주는 ‘시늉’일 뿐 본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