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언론중재법·기레기…대학언론인이 바라본 기성 언론은?

기사승인 2021-09-24 07: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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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청년기자단] 언론중재법·기레기…대학언론인이 바라본 기성 언론은?
이미지=픽사베이

[쿠키뉴스] 길성은 쿠키청년기자 = 한해를 거듭할 수록 기성언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의 꿈을 갖고 저널리즘을 향해 걷는 '언시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이 꿈꾸는 언론의 미래와 참된 언론인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언론인이자 언시생인 대학생 3인과 현재 기성언론과 앞으로의 언론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나연: 안녕하세요. 올해 6월까지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편집장으로 활동하다가 임기를 마치고 현재는 스브스뉴스에서 인턴하고 있는 김나연이라고 합니다.
조성건: 단대신문 취재부에서 기획부장 맡고 있는 조성건입니다.
차종관: 저는 대학알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차종관입니다. 

Q. 여러분이 대학언론인이 된 이유와 언론인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나연: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언론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도 방송부 활동을 하고 대학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로 지원했어요.
조성건: 저는 우연한 기회로 대학언론을 알게 되고 단대신문에서 활동하면서 차차 언론인의 꿈을 키워나간 케이스입니다. 

차종관: 기자가 될까 했던 건 고1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람 개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언론인이 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또 기성 언론의 나쁜 뉴스를 바라보면서 화가 나서 그걸 바꿔보고자 다짐했던 부분도 있어요.

Q. 언론인을 지망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기자의 자세가 있나요?

김: 사명감과 책임감같아요. 교지에서 활동하면서 처음에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나 활동을 하면서 점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수습위원들을 많이 목격했어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진심을 다할 수 있고, 진심을 다해야만 대학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조: 대학언론인을 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자질은 성실함이라 생각했어요. 발로 뛰는 취재와 질 높은 글은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런 자질이 없다면 모니터 앞에만 있는 기자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럼 기사 퀄리티는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요?

차: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쓰는 기사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등에 관한 다양한 성찰이요.

Q. 내가 꿈꿨던 언론인과 실제 지금의 기성언론(인)의 모습이 달라서 괴리감을 느낀 경험이 있나요? 

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기자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와 전공을 하고, 교지 활동을 하면서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신이 원하는 기사를 쓰고 이를 통해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자는 매우 적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큰 괴리감을 느꼈어요. 

조: 항상 시간에 쫓기는 직업이라는 걸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정해진 취재마감 일정 외에도 회의 준비나 마감 후 점검은 하기 나름이니까 열심히 할 수록 내 여가 시간은 줄어들잖아요. 기자가 되려면 당연히 감당해야할 점이지만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것같아요.

차: 취준하는 친구들이 어느 직업을 지망하던 모두 개인의 비전없이 ‘먹고사니즘’에만 치중돼 있는 모습을 봤어요. 적어도 기성 언론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결국 저널리즘도 벌어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했어요.

Q. 현재 기성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 문제점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요?

김: 따옴표 저널리즘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는 경우 이런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이런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걸 자주 목격하는 것 같아요. 직접 취재하지 않고 모니터 앞에 앉아 유명인들의 발언만 그대로 복붙하는 기사를 저널리즘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예요.

조: 편향된 기사도 문제인 것 같아요.

차: 선민의식과 꼰대주의라고 생각해요. 기사뿐만 아니라 각 언론사 별 칼럼에서도 그런 점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관점의 다양화를 꾀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여요. 

Q. 기성언론의 구독률이 줄어들면서 기사에 성향을 강하게 넣어 일종의 ‘팬덤’을 만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요즘 이런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언론사도 결국 기업이라 이게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임은 알겠어요. 하지만 팬덤을 형성하면 결국 그 팬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객관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잃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조: 대학언론에 몸 담으면서 언론의 입지가 줄어드는 걸 느꼈기 때문인지 이해는 가요. 신문을 찾는 독자가 줄면 어쩔 수 없는 공세로 이런 마케팅도 쓰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아까 말했듯 허위사실이나 편향된 기사가 나오면 문제가 되는 거겠죠.

차: 매체가 살아남기 위한 이런 전략이 달콤한 기사만 생산하고 있어요. 기사를 보면서 독자들에게 잠깐의 단맛은 줄 수 있겠지만 단거만 먹으면 당뇨 오거든요. 결국 그런 저널리즘은 언젠가 독자들에게도 저평가될 날이 올 듯해요.

Q. 결국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어요. 갈수록 언론과 기자에 대한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데, 언론인지망생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현재 언론을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아서 충격적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극복되기도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미국 뉴욕타임즈처럼 기사 퀄리티를 최상으로 높인 후 위상과 독자 신뢰를 회복해서 구독 중심의 운영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그게 한국에서도 가능할지…

조: 대학언론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자의 고충을 대충은 알고 그 고생을 아니까 ‘기레기’란 말을 들으면 그냥 슬픈 것 같아요. 물론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저널리즘은 문제지만 사람들이 덮어놓고 욕하는 면도 있어서 무작정 비난하는 건 기자지망생으로서 마음이 아파요.

차: 지망생인만큼 어쩌다 기자 선배들이 ‘기레기’가 된걸까 자세히 알아보게 돼요. 나는 기레기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항상 긴장하면서 준비하려 하기도 하고요.

Q. 우리 또래 그러니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 관심도 자체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대 기성언론 독자는 상당히 적은 숫자입니다. 이러한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 언론인을 꿈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 스스로 ‘사약길’을 택하는 일이죠. 기자라는 직업을 갖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 우리 세대가 원하는 뉴스콘텐츠를 잘 아니까 새로운 변화를 주는 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 저널리즘과 함께 콘텐츠적인 부분도 고민해서 우리 세대와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요.

차: 저는 우리세대가 사회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안전이나 권리가 위협받으면 엄청난 연대와 행동에 나서는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성언론이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콘텐츠의 기반을 잘 닦으면 꼭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Q. 최근 언론중재법이 개정됐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용된 기성언론의 모습은 어떨까요?

김: 허위 보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향후 폭로자 측과 폭로된 자 측 간에 대립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돼요. 

조: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용될 때 되더라도 한 번 더 점검하는 게 필요해 보여요. 지금 개정안대로 시행할 경우 검열이 심각할 것 같아서 유연한 개정이 이뤄졌으면 해요.

차: 언론중재법은 언론에게 양날의 검 같다고 생각해요. 기사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해지겠지만, 반대로 진실 보도를 하는 매체(특히 중소규모)가 외부의 압박을 받기 쉬워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보여요. 언론중재법 개정이 문제해결의 열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개정안만 적용된다고 기성 언론 편집국이 싹다 성찰하고 개선할까요?

Q. 이처럼 많은 위기 속 기성언론은 흔들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언론인을 지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사실 교지 활동을 끝내고 언론인의 꿈이 희미해졌어요. 대학언론인으로 살면서, 그리고 기성언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언론인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 같아요.

조: 많은 위기로 기성언론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저만의 저널리즘을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기성언론의 변화를 꿈꾸기에 그럼에도 저는 언론인을 지망합니다.

차: 현재 위기 속 흔들리고 있는 기성언론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좋은 언론인을 꿈꾸는 것입니다. 현재 기성언론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고 명함 내밀며 매체의 이름에 묻어가는 기자가 아니라 저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브랜딩이 되는 언론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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