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보고서①] 아무도 몰랐다, 당신이 노조를 만들 줄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9-28 06: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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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노동조합.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1991년생, 해외대 출신, 대기업 사무직 4년차. ‘흩어지면 죽는다’는 투쟁가는 알지 못한다. 학생회에도 발을 담가본 일 없다. 그런 그가 노조를 만들었다. 3400여명 조합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다. 유준환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조(LG사무직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다.

노조에도 90년대생이 왔다. MZ세대(1980년 이후~2000년대초 출생한 20~30대)를 주축으로 설립되거나 활동하는 노조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LG사무직노조를 포함해 현대자동차그룹인재존중사무연구직노조,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 등이 출범했다. 지난달 첫 발을 뗀 서울교통공사 All(올)바른노동조합도 있다. 위원장과 노조원 등 과반이 2030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설립, 점점 세를 불리기 시작한 교사노동조합(교사노조)도 젊은 노조로 꼽힌다. 노조원의 58%가 2030이다.

MZ세대 노조는 기존 노조와 다르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조 조합원은 남성·40대·제조업 중심이다. 특히 40·50대 조합원 수는 55.8%로 과반이다. 2010년에 비해 50대 조합원의 비중은 9.5%p 늘었다. 반면 20·30대 조합원의 비중은 각각 2.6%p, 6.5%p 줄었다. 노조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MZ가 주축이 된 노조가 등장한 것이다. 독자노선도  MZ세대 노조의 특징이다. 교사노조를 제외하고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과도 손잡지 않았다. 수십년간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양대 노총과 선을 긋고 나홀로 투쟁을 택했다.

인터뷰에 응한 2030 노조위원장 또는 조합원들은 모두 자신이 노조에 가입하게 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노동운동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2019년 기준 전국 노동조합 조직률은 12.5%에 불과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본 적 없는 길이었고, 혹여 받게 될 불이익도 걱정이었다.

인국공 논란 당시 진행됐던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 게시물. 

그럼에도 이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 노조를 움직인 키워드는 ‘공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 19만958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갈등이 불거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와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서울교통공사 등은 높은 연봉과 안정된 근무 환경 등으로 취업준비생에게 인기 있는 직장이다. 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공개 채용 규모는 절반으로 축소됐다. 비정규직을 불공정하게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피해를 보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18년 무기계약직 직원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존 공채 직원과 같은 임금 체계에 편입됐다. 이중 246명이 재직자·최근 3년간 퇴직자와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출범 이유가 됐다. 올바른노조는 20~30대 정규직 직원 500여명으로 구성 중이다. △콜센터 직고용 및 자회사화 반대 △2018년 진행된 불공정한 전환 전면 무효화 △근무개악 및 구조조정 반대 △4조2교대 명문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회사와 기존 노조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채용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잘못을 바로 잡지 않았다”며 “최근 사기업 정규직인 콜센터 직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직고용한다는 소식에 참치 못해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사무직노조는 지난 2월25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증을 제출했다. LG사무직노조

MZ세대를 움직인 또 다른 키워드는 ‘권리보장’이다. 사무직은 기능·생산직 등 다른 직군에 비해 나은 노동환경을 보장받는다고 여겨졌다. 실상은 달랐다. 재량근로시간제와 포괄임금제 등으로 일한 시간만큼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지 못했다. 욕설과 폭언 등 직장 내 갑질도 여전히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이의를 제기해도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노사 교섭에서도 사무직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LG전자의 경우, 4만명의 노동자 중 2만7000명이 사무직이다. 기능직은 1만여명, 나머지 직군이 3000여명으로 전해졌다. 사무직의 수가 더 많지만 교섭 테이블에서 주장을 피력하기 어려웠다. 노조에는 전통적으로 기능직만 가입해왔다.

유 위원장은 “이미 다 가졌는데 더 얻기 위해서 노조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사무직 노동자들도 장시간 근로와 직장 내 갑질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