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보고서②] “놀러 와요 우리 노조에” 새 시대 투쟁 방식은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9-29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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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활용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출범식.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제공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조끼도, 붉은 머리띠도 없다. 투쟁 현장에선 흔한 파업가도 울려 퍼지지 않는다. SM7년차연습생, 좐김, 공정연대가자 등의 이름을 가진 참가자들이 입장했다. 회색 자켓에 검은 넥타이를 맨 설린버그 사무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달 3차원 가상공간 ‘메타버스’로 진행된 서울교통공사 All(올)바른노조 출범식이다.

MZ세대(1980년 이후~2000년대 초 출생한 20~30대) 노조는 어떻게 활동할까. 기존과 다른 다른 이들의 행보를 살펴봤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노조 활동은 이미 대세다. MZ세대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메타버스 등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2030 노조원이 90%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코로나19로 대규모 집회가 금지되자 메타버스를 통해 온라인 출범식을 여는 묘수를 냈다. 출범식을 마친 후, 단상에 참가자들이 올라와 춤을 췄다.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젊은 세대가 진행한 공정채용문화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유튜브

오프라인에서 집회를 열기도 한다. 다만 구호를 외치고 연설, 행진하는 일반적인 집회와는 다르다. 문화제를 선호한다.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 공정연대(올바른노조 전신)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정가치연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공정 채용 문화제’가 대표적이다. 문화제에서는 “무엇이 공정이냐”는 토론이 오갔다. 주최 측은 문화제에 참여한 취업준비생에게 합격자의 자기소개서를 공유했다. 현직자의 취업 질의응답 및 자기소개서 첨삭도 진행됐다.
  
정치구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노조에서는 통일, 최저임금 인상, 한미군사훈련 반대 등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여러 단체가 모인 연맹체이기에 사회 전반에 걸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잦다. MZ세대 노조는 다르다. 직접적 관련 없는 사회 현안에 대해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2030이 과반인 교사노조연맹은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장한다’는 각서를 받은 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중점은 노조원의 실익추구다. 현장밀착형 지원과 제도개선에 힘쓰고 있다. 대구교사노조는 교권 침해를 입은 조합원이 원할 시 긴급 경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담 변호사 동행 서비스도 지원한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티셔츠를 지급하기도 했다. 각 지역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활용도 높은 물품을 지원하는 복지도 노조에서 담당한다. 

대구교사노조에서 스승의날 선물로 지급한 손목보호용 마우스. 대구교사노조 제공

수평적 구조를 지향한다. 노조원 다수가 비슷한 연령대이기에 소통도 자유롭다. 일부 노조에서는 위원장·사무처장 등 직책으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별명으로 호칭한다. IT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영어 이름을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빠른 소통도 강점이다.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블라인드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즉각적으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집행부에서는 이를 통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 해결책을 제시한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2월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 온라인 초상권 침해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다양한 소통창구를 열어놓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현장밀착형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노조이기에 때로는 겁 없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며 “경력 있는 선배들이 도와주신다면 현장에 새바람이 불 것”이라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