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힙합으로 목소리 내는 청년들

이영수 / 기사승인 : 2021-10-02 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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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수근 객원기자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힙합은 가장 주목받는 장르다. 유명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힙합 시장이 차지하는 파이가 커졌다. 힙합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지하 월세 녹음실에서 녹음 장비를 갖추고 음악을 만든다. 사실을 말하지면, 나도 그 중 하나다.

처음 힙합을 접하게 된 것은 2008년이었다. ‘이 바닥’ 에 뛰어드는 청년들의 계기는 대개 엇비슷하다. 보통은 우연히 듣게 된 힙합 음악에 큰 충격을 받고, 인터넷을 뒤지며 힙합 문화를 하나 둘씩 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이 문화의 열렬한 팬이 되고, 힙합 음악을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 속에는 강렬한 욕구가 끓어오른다. ‘나도 내 생각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다’ 라는 바람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환경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월세 작업실을 계약하고, 전문적 음악 장비로 음악을 녹음하기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믹싱’ 문제도 있다. 랩을 녹음하고 난 뒤에는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목소리를 매만지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전문적 지식이 없는 초보들은 가장 기본적인 믹싱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초보 래퍼들은 휴대폰 녹음기를 통해 랩을 녹음해서 힙합 커뮤니티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작업실과 컴퓨터, 마이크,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녹음 장비를 구입하게 된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도시에는 이런 월세 ‘작업실’ 들이 많다. 나는 음악을 하며 지금까지 총 여섯 곳의 작업실을 거쳐 왔다. 월세는 작업실의 위치, 방음의 수준, 방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저렴하게는 20만원에서부터 비싸게는 100만원이 넘어가는 작업실도 많다.

이렇게 머리 아프고 부담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음악을 녹음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정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과정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나 음악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발매한 음악으로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에 등록해야만 한다. 이름만 보면 공공기관인 것 같지만, 민간 기업이다.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10만원 가량의 입회비가 필요하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동시에 저작권료로 ‘입회비 본전 뽑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래 음악을 한 아티스트들도 음원 저작권료는 한 달에 몇 만원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나를 포함한 내 주위의 언더 아티스트들은 상업적 성공에 목메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을 통해 얻는 즐거움 자체가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랩 가사를 통해 표현하고, 음악을 들어주는 몇몇 사람들이 건네는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에 힘을 얻는다. 혹자는 힙합을 ‘일시적인 유행’ 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 힙합은 평생동안 유지할 취미이자 동반자, 그리고 삶의 양식이다. 동시에 누군가는 힙합을 폭력적이고 물질만능주의적인 문화라고 주장한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가 있다. 최근 유명 래퍼들의 대마초 흡연 논란, 음주운전 및 경찰 폭행 논란, 그리고 혐오적 가사에 대한 지적은 물론 정당한 비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힘들게 음악을 해 나가는 청년들이 ‘폭력적인 문화의 참여자’ 로서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청년의 목소리는 언제나 시대의 문화 양식에 담겨 왔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대 간 단절이 만연하는 사회 풍토에서, 청년 세대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이들의 힙합 가사에 주목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가사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년들의 랩 가사에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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