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잃어버린 2년, 그 많던 복학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영수 / 기사승인 : 2021-10-04 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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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지원 객원기자 =최근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묵혀 있던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또한, 병영 내 가혹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병사의 인권과 처우 개선에 대한 대중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역 이후의 삶엔 관심이 부족하다. 사회를 떠나있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만의 몫이다.

전역자의 재사회화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더 심각해졌다.   김지원 객원기자

비대면 사회를 마주한 전역자의 재사회화

전역자의 재사회화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더 심각해졌다. 다시 학교와 직장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전역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려움을 직접 들어봤다. 익명으로 진행된 인터뷰에는 장가든(대학생, 작년 12월 전역), 곽엘렌(대학생, 작년 8월 전역), 이구름(직장인, 올해 3월 전역)이 참여했다.

Q. 기대했던 전역 후의 삶과 실제 현실은 어땠나요?
 
장가든: 군 생활을 하면서 모은 월급으로 전역 후에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여행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도 못 가고 모아둔 돈도 마음껏 쓰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다 보니 돈을 아껴서 써야 한다는 마음에 기대만큼 자유를 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곽엘렌: 복학 전에 최대한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뒤처지지 않고 대학 수업에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학원이 운영하지 않아서 온라인 강의로만 공부하다 보니까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언어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학원에서의 발음 수업도 필요했는데, 복학을 위한 공부를 오로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구름: 군대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계급이 오르니까, 사회에 나가서도 뭐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감정이 현실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군 생활은 짜인 틀 안에서 지나가지만, 복직하고 나니 제 삶을 직접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그 자유에서 오는 약간의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주어진 자유를 알차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퇴근 후의 일상은 항상 단조로우니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Q. 사회에 돌아왔을 때, 마주한 편견이나 차별적 시선이 있나요?
 
장: 복학생이라는 사실 자체에 입대 이전과는 약간 다른 사회적 시선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학교 후배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같이 공부하는 후배들은 20학번 혹은 21학번인데, 제가 학번 차이가 큰 선배이다 보니 저를 마주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편하게 대하기 어려워지더라고요.
 
곽: 스스로 만든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오래 있다 보니까 사회로 돌아와서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다른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제가 내부적으로 한계를 설정하고 또 의심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 회사 동료들은 군대에 다녀와도 그전에 배웠던 것을 다 기억하는 줄 압니다. 사실 군대에선 회사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군대를 갔다 왔으니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을 것이고 또 입대 이전의 경력도 있으니까 뭐든지 잘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2년 동안 회사에 없었던 사람은 경력 사원보다는 신입 사원에 가깝습니다. 지난 2년의 세월은 경력단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Q. 재사회화 과정에서 코로나19와 비대면 사회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 있나요?
 
장가든: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화상 수업 프로그램은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라 마이크나 카메라 같은 기본 설정에서부터 난관을 겪었습니다. 온라인 강의실 입장도 쉽지 않았으며, 이를 활용한 조별 과제에서도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복학생으로선 낯선 비대면 수업보다는 교수님과 면대면으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대면 수업이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곽: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상용화 초기부터 겪은 학우들은,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관련된 안내가 많이 제공되어 비교적 적응하기 쉬웠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중간에 합류한 입장이라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학우들의 수업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다소 힘들었습니다. 
 
이: 전역 전에는 아무래도 오랜 기간 사회에 나오지 못하다 보니 친구를 만나고 여행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엔 누구나 외부 활동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성을 다시 기를 기회 자체가 사라진 기분입니다. 어차피 이전처럼 활동적인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 것이란 소극적인 태도로 방패 뒤에 숨어, 부족해진 사회성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학교 혹은 직장에서 재사회화를 위해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요?
 
장가든: 학교에선 복학을 위한 행정 절차조차 적극적으로 안내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포함한 체계적인 안내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입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다수 준비된 편이지만, 복학생이나 재입학생을 위한 것은 별로 없다고 느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지도 교수 면담이라도 마련해 준다면 학교생활을 다시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곽: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제공이 꾸준하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사용 방법 등 관련된 정보 제공이 있다면, 변화된 교육 환경을 처음 접하는 복학생도 학교 수업 자체를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직장 내 업무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업무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복직자에게도 해당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경력 사원과 신입 사원 간의 업무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한 추가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자 역시 ‘입사 후 2년 이내의 사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군대를 다녀오면서 연차가 쌓여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비합리적인 부분이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무사히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장: 복학한 첫 학기에 학교의 진로 및 취업 관련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또 학교 일자리 상담센터에서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사실 특별한 도움은 아니었지만, 현직자의 조언이나 관련된 진로 특강을 들으면서 막연하게나마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밑바탕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곽: 대학생으로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또 교수님과 상담을 신청해 진로를 재설정하는 과정도 겪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의 조언으로 전공 언어 특성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공과 관련된 또 다른 진로를 추천받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전역 전에 회사의 업무 매뉴얼을 짬짬이 익혔습니다. 하지만 글로 읽는 것과 실제 현장을 마주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 부대 내에서는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가 따로 있다 보니 집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간단한 용어를 제외하곤 실무에 활용할 지식이 없으니, 노력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한계에 부딪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제도적인 차원에서, 사회가 군 전역자를 위해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요?
 
장: 일반 병사로 전역한 군인에게도 간부 전역자만큼의 혜택이 보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복지 및 취업 지원에 있어 차이가 느껴져 아쉽습니다. 또 전역을 앞둔 군인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대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사실 금전적인 보상은 당장엔 좋겠지만 결국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몫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군 생활 중 입은 부상으로 전역 후에도 한동안 병원에 다녔는데, 그런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곽: 지원금이 얼마라도 군 생활을 보상하거나 재사회화를 위한 충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병사 월급을 올려주는 등의 방향성 자체는 좋습니다. 다만 과연 그것이 효율적인 제도인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사회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계급이 높아질수록 추가적인 휴가를 제공하여 사회에 직접 부딪힐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또 인가받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서 온라인 사회화에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제일 무난한 것은 아무래도 다양한 분야, 특히 구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군가산점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현재 가장 활발하게 논의 중인 전역자 지원금도 나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못해도 최저시급 이상의 금액은 보장이 되어야 군 전역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이전, 캠퍼스를 거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김지원 객원기자

‘상실’이 ‘성장’이 되려면
 
군인의 2년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메꾸기 힘든 긴 공백이다. 사회는 그 공백을 책임져야 한다. 군 내부에서는 물론, 대학 사회와 정치적 제도까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상실은 성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의 움직임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일부 부대에서는 전역 전 병사의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다수의 대학에서 ‘군 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인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제도를 통해 병사는 사회에서의 학업을 이어갈 수 있으며, 군 생활 중 수강한 과목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에서는 전역자의 복학 지원을 위해 별도의 오리엔테이션과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전역자를 위한 제도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병사에게 최대 1000만원의 전역 지원금을 제공하는 ‘사회 복귀 지원금’을 추진 중이다. 또한, 간부 전역자뿐 아니라 일반 병사로서 의무복무를 마친 전역자도 경력 인정, 학업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었다.
 
사회는 매년 변화를 겪고 있지만, 전역자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회에 돌아오고 있다. 무사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사회의 품으로 돌아온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군복을 벗고, 자신의 위치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전역자의 한마디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군 생활은 무의미하게 지나간 세월이 아닌,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우리의 젊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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