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대통령은 보고서 아닌 현실 봐야”

기사승인 2021-10-01 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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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대통령은 보고서 아닌 현실 봐야”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제73주년 국군의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기념사에 대해 군인권센터가 날선 비판을 내놨다.

1일 군인권센터는 ‘군 인권, 국방부 보고서가 아닌 현실을 봐야’ 논평을 통해 “오늘 대통령은 잇따른 인권침해 피해자 사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개혁 과제들이 국방부 울타리에만 들어가면 형해화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분석, 방향 제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군 내 사건 처리 체계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여름에는 두 여군이 성추행 피해 후 방치된 채 2차 가해를 겪다 세상을 떠났다”며 “평시 군사법원, 군검찰, 군사경찰을 폐지하거나, 비군사범죄라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80%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국방부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는 성범죄, 사망사건, 입대 전 범죄 사건만 민간으로 이관하는 정체불명의 누더기 타협안으로 개혁을 주저앉혔다”고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성범죄 사건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아버지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사건 수사 전반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엄단 지시에 여전한 믿음을 굳게 전하면서도, 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이 국방부에서 뭉개지고 있다는 데에 큰 분노를 표했다”며 “이 중사 성폭력 사망 사건은 가해자 외 수사 관계자, 군 수뇌부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하게, 엉망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을 비웃듯, 수사관계자, 군 수뇌부 중 기소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예정이다”며 ”유가족은 정부와 정치권에 특검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방부가 군인권보호관 도입에 늦장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군인권센터는 “2015년 국회에서 도입을 결의한 군인권보호관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지만, 아직도 설치가 안되었다”며 “국방부 반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는 불시부대방문권, 자료제출요구권 등 군인권보호관의 실효적 권한을 모두 거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외부의 감시, 통제를 거부하겠다는 심산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군인권센터는 대통령을 향해 “국방부 보고서가 아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센터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연 이은 참담한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지적이 계속되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당부가 국군통수권자인 스스로에게도 비상한 다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는 등 군 스스로 고강도 개혁을 진행 중”이라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다.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는 것이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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