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광기, ‘너를 닮은 사람’ [볼까말까]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10-14 1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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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포스터.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지난 13일 시작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은 첫 회부터 서늘한 광기로 안방극장을 긴장시켰다. 원작 소설이 지닌 흡인력에 생생함을 더했고, 기묘할 정도로 따듯한 색감과 미스터리한 음악, 두 주연 배우 고현정과 신현빈의 서슬 퍼런 케미스트리로 시청자를 홀렸다.

드라마는 서울 한 사립 중학교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막을 연다.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 모두 태연한 괴상한 사건. 정희주(고현정)는 딸 안리사(김수안)가 미술교사 구해원(신현빈)에게 맞았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하지만, 구해원은 “폭행이 아니라 체벌”이라고 건조하게 답할 뿐이다. 분노에 찬 희주는 해원의 머리를 내리치고, 해원은 희주를 폭행죄로 고소하며 맞선다.

팽팽하던 두 여자 사이의 긴장은 해원이 꺼낸 뜻밖의 고백으로 은밀해진다. “언니.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언니인줄 몰랐어요. 저를…알아보시겠어요?” 둘은 과거 사제이자 친구였다. 해원은 희주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그와 가까워졌다. 대번에 마음을 누그러뜨린 해원과 달리, 희주는 “예전에 우리가 알던 사이였던 것과 이 일은 별개”라며 더욱 예민하게 날을 세운다.

한편 희주의 남편이자 리사가 다니는 학교 재단 대표이사인 안현성(최원영)은 해외 출장을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간다. 신원 미상의 남자 환자를 보기 위해서다. 며칠 뒤, 의식 없이 누워 있던 남자를 ‘한나’라는 여자가 퇴원시킨다. 한나는 해원이 과거에 쓰던 이름이다. 희주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불길한 결론에 이른다. “처음부터 사과하러 온 게 아니었어.” 얽히고설킨 네 남녀는 과연 파멸을 피할 수 있을까.

‘너를 닮은 사람’ 속 배우 신현빈(왼쪽), 고현정.   방송 캡처
■ 볼까

믿음을 주는 이름이 여럿이다. 우선 배우들이 그렇다. 목소리만으로도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고현정의 연륜, 시시각각 눈빛을 바꾸며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신현빈의 재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들의 연기에 빠지면 러닝타임이 빠르게 흐를 것이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박영선(김보연)과 안민서(장혜진)도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내며 기대를 자극한다. 배우들을 잘 모르겠다면, 극본을 집필한 유보라 작가와 원작 소설을 쓴 정소현 작가를 믿어보자. 유 작가는 2013년 내놓은 데뷔작 KBS2 ‘비밀’에서 섬세한 심리 묘사를 보여줘 호평 받았고, 정 작가는 2008년 등단해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완성도가 높고 연기가 훌륭해 원작 팬들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들은 어서 TV 앞으로 오시라.

■ 말까

분위기보다 속도감을 즐기는 시청자라면 ‘너를 닮은 사람’의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원작은 인간의 모순을 신랄하게 짚어낸다. 인류애를 회복하고 싶은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