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쓰디쓴 그날의 홍삼 캔디

한전진 / 기사승인 : 2021-10-1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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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회복자금’…사각지대 놓인 이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이달 초 제보를 받고 명동의 한 지하상가를 갔을 때다. 평소 취재차 자주 들르던 상점에서 최근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연락이 왔던 터였다. 조그마한 인삼 가게였는데, 항상 취재를 가도 난처해하기는커녕 힘내라며 홍삼 캔디를 내 손에 쥐여주던 곳이었다. 맑은 목소리와 또렷한 눈동자를 지닌 사장님의 인상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몇 달 만에 찾은 그는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두 눈은 움푹 패어있었고, 고령에도 빛을 발하던 눈동자는 흐려져 있었다. 맑았던 목소리도 깊게 잠겨 있었다. 따로 묻지 않아도 코로나19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임을 짐작했다. 최근에는 공황장애가 와 정신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상점이 어려워지자 인근 복지관 일자리센터에 이력서도 넣었다. 

그가 털어놓은 사연은 ‘희망회복자금’ 탓이었다. 이 돈은 정부가 2020년 8월 이후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매출 급감으로 경영위기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 기업들에 주는 지원금이다. 그의 가게는 매출 감소로만 본다면, 소매점 매출 기준(8000만원 미만)을 충족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희망회복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가 속한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이 경영위기업종에서 빠졌던 게 이유였다. 정부는 경영위기업종으로 세탁소와 미용실, 카페, 숙박업 등 277개 업종을 인정했다. 판단 기준은 업종별로 전국 매출 평균을 내 2019년 대비 매출액이 10%이상 감소한 경우였다.

문제는 온라인 판매가 높았던 대기업들까지 같이 묶어 매출 산정을 하다 보니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은 피해가 적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예컨대 정관장 같은 대기업을 골목의 작은 인삼 판매점과 같이 묶은 셈이다. 이외에도 도서 판매점들도 YES24와 같은 기업과 묶여 희망회복자금을 받지 못했다. 사장은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해봤지만,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에 그는 분노를 터트렸다. 실제로 기자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취재를 해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통계적으로 분리가 어렵다’, ‘사각지대 발생에 유감’ 등의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관할 구청에서 지급 실태 파악에만 나섰어도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인데, 세심한 행정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는 앞선 인삼 가게 사장뿐만이 아니다. 지원 기준일보다 일주일 먼저 폐업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자영업자. 6개월 단위의 국세청 자료를 갖추지 못해 지원금을 받지 못한 간이과세자영업자 등 피해를 보고도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희망회복자금의 업종별 지원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난지원금은 매번 지급 때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가 내놨던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던 탓이다. 방역 만큼이나 지원금의 공정한 분배에도 신경을 쏟으려는 정부 인식이 절실하다. 코로나 사태가 2년째에 접어든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야기도 구체화 하고 있다. 이젠 피해를 감내해왔던 이들을 어루만지는 것에 초점을 둘 시기다. 정부 지침을 묵묵히 지켜온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또다시 홍삼 캔디를 받고 돌아서는 내게 그가 해준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쓰디썼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이 무엇인지, 형평성에 맞게 지급하라는 겁니다.”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