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민 위한 ‘같이의 가치’ 되새길 때

‘도덕적 해이‧농민 편의 외면‧사업계획은 부실’ 국감서 호된 질타

입력 2021-10-16 21: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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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농민 위한 ‘같이의 가치’ 되새길 때
[무안=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농협과 농협 계열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농민 권익 보호를 외면하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민주) 의원은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 수협, 임협 모두 면세유를 취급하고 있으나 농협만 공급 가격의 2%를 면세유 취급 수수료로 징수하고 있다”며, 수수료 폐지를 주장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수협과 임협은 취급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농협도 전체 2011개 회원농협 중 154개소만 취급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어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면세유 취급 수수료가 공급 가격의 2%로 지정돼 있어,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면 농민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농민 부담 완화라는 면세유 정책 취지에 맞춰 취급 수수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삼석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지난 5월 ‘형평성 미흡’을 근거로 농협의 면세유 취급 수수료 폐지에 힘을 실었다며,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또 농협생명보험도 농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생명보험이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도 무시한 채 ‘농업인안전보험 가입기간인 1년 안에 상해를 입더라도 가입자가 그 기간 내 사망까지 해야 유족급여금이 지급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이 공개한 ‘농업인 안전보험 유족급여금 지급 분쟁 현황’에 따르면 ‘유족급여’관련 최근 5년간 10건의 분쟁이 있었고 이 중 7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농업인안전보험은 영세농업인들에 대한 농작업 재해보상 목적으로 1989년 도입됐으나, 통상 5년 이상 장기 운영되는 타 생명보험과 달리 1년 단기 보장기간으로 인해 유족급여금 지급에 대한 분쟁이 잦았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가입기간 중 발생한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면 유족급여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하고 농업인안전보험의 불합리한 운영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서삼석 의원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권고도 무시한 채 유족들에 대한 급여금 지급을 거절하는 농협생명보헙을 강하게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NH 투자증권의 해이한 도덕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투자사기 피해자 3300여 명, 피해액 5000억 원대의 옵티머스 펀드 대부분을 판매한 NH 투자증권이 주식 중개수익으로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민주)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NH 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전체 판매액의 84%인 4327억 원을 판매해 총 871명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식 호황에 따른 수수료 수익으로 펀드 판매를 시작한 2019년부터 최근까지 3690억 원의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9년 임원 219억 원, 직원 816억 원 등 총 1034억 원, 2020년에는 임원 247억 원, 직원 805억 원 등 1052억 원이다.

올해도 현재까지 임원 196억 원, 직원 1408억 원으로 1604억 원에 이른다. 3년간 임원은 662억 원, 직원 3029억 원을 지급했다.

NH 투자증권은 2018년 순이익 3609억 원 중 주식 중개수익이 3070억 원으로 85%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순이익 4755억 원 중 49%인 2134억 원이 주식 중개수익이었다.

지난해에는 순수익 5770억 원 중 95%인 5491억 원을 주식 중개수익으로 챙겼다.

윤 의원은 “NH 투자증권의 올해 순수익은 전년보다 1015억 원이 증가했지만, 직원 노력에 의한 투자 실적향상이 아닌 주식투자 열풍으로 인한 수수료와 이자수익 증가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며,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를 비판했다.

농협의 대포통장 발생 예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민주)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농협에서 발생한 대포통장 건수는 14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건이 늘었다.

이 기간 금융권 전체 발생 건수는 2만5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3건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전체 금융권 대포통장 중 농협은행에서 발행한 통장 비율은 2017년 3.4%에서 2018년 3.9%, 2019년 5.1%, 2020년 6.7%로 크게 증가했으며, 올해는 8월말 기준 6.9%로 이미 지난해 증가율을 추월한 상태다.

농협은행 대포통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기피해 구제 신청건수 역시 올 8월 말 1719건, 25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건, 35억 원이 증가했다.

이개호 의원은 농협이 고령 농민 등 대포통장이나 보이스피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분들의 이용율이 높은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촉구했다.

국내 최대 농식품 종합유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던 농협의 구상이 물거품이 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민주)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국내 최대 농식품 종합유통그룹 도약을 천명하고 농협식품을 설립해 가정간편식(HMR)시장 진출, 한국형 축산 패커, K-멜론, K-파프리카 등 공동브랜드 K-시리즈를 육성해 NH무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2020년까지 5억 달러로 늘리는 청사진을 2012년 6월 발표했다. 

그러나 농협식품은 2017년 설립 이후 2017년 당기순이익 –29억7000만 원, 2018년 –49억2000만 원, 2019년 –28억7000만 원, 2020년 –9억2000만 원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대표 수출상품이 누룽지, 쌀부침 등 6차 산업화 추진 농가에서도 생산 가능한 제품에 불과하면서 수출실적이 2019년 2억5000만 원, 2020년 6억 원, 2021년 상반기 2억40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농협홍삼 수출실적 역시 2017년 70억 원에서 계속 줄어 2020년말 14억 원까지 내려갔다.

작년 매출이 1조3336억 원, 이중 해외매출이 1479억 원을 달성한 인삼공사(정관장)와 대조를 보였다. 인삼공사는 200여 건의 홍삼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기업이익의 약 20%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R&D 투자 미흡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지주 계열사별 R&D 투자현황에 따르면 남해화학, 농협케미컬, 농우바이오를 제외하고 연구개발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15개 계열사 전체 연구개발투자액은 2018년 152억 원, 2019년 174억 원, 2020년 182억 원으로 계열사 1곳당 평균 1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농협중앙회 1년 법인카드 사용액은 경제지주 계열사 R&D 투자 총액보다 2.6배나 높아 농협의 R&D 투자가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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