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이던 약값이 600만원으로…“돈 없어서 암 치료 포기”

‘신포괄수가제’ 중단 소식에 암환자들 반발

기사승인 2021-10-22 06: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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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이던 약값이 600만원으로…“돈 없어서 암 치료 포기”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내년부터는 돈 없으면 치료 못 받습니다.” 

고가의 항암제 치료를 수십만원 선에서 받을 수 있었던 ‘신포괄수가제’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암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비보험이 없는 경우 월 수백만원의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환우회에서는 정부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압박해 방어진료를 하게 만든다며 이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신포괄수가제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포괄수가’에 포함하고, 의사의 수술,시술은 ‘행위별 수가’로 지불하는 복합 수가제이다.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과잉진료를 억제하면서 의사의 진료권한은 최대한 지켜주는 지불 체계로, 지난 2009년부터 전국 98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시범사업 개념으로 시행중이다. 즉, 현재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제도다.  

신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 행위별 수가에서 비급여인 각종 항암제들이 수가적용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표적 및 면역항암제 등도 기존 항암제 비용의 5%~20%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포괄수가 면역항암제 청구 환자수는 1519명이다.

그런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통해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고 각 의료기관에 공지했다.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는 의미는 해당 약품과 치료재료를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며, 제외된 약품과 치료재료 중 상당수는 ‘비급여’가 된다는 의미다. 심평원의 사전안내 문서에서 전액 비포괄로 결정된 항목은 ‘희귀의약품, 2군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제도변경으로 인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모 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에 따르면 “면역항암제로 3주마다 투여하는 키트루다는 2021년 상반기 면역항암제 청구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면서도 “현행 신포괄수가제에서는 본인부담금이 30만원 정도이지만, 신포괄수가 적용 제외시 약 600만원이 된다. 그러면 다른 항암제라도 쓸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비용을 이유로 기존 항암제를 변경하면 ‘의학적 이유’가 아니기에 급여 삭감이 될 수 있어 환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막대한 비용을 내고 기존 항암제를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암환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유방암 환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담당 교수님께서 내년부터는 신포괄수가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환자들이 심사평가원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냐고 민원을 제기해 그 여파로 폐지될 수 있다고 한다”면서 “치료가 많이 남은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치료가 제도가 휘둘려지는 게 화가 난다”며 “(제도가 없어지지 않길) 빌어본다”고 했다.

다른 암환자들도 댓글을 통해 “암환자가 부자도 아니고 두 배 이상 되는 표적치료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혜택 주려고 만든 걸 민원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담도암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이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한 달에 500만원을 부담해야 했던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옵디보)를 20만원~30만원만 지불하면 됐기에 큰 혜택을 봤는데 내년 1월부터는 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제 돈 없으면 치료도 못 받게 된 것”이라며 “정말 환자들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하는 교수님들이 타깃이 돼 월급을 삭감하고 삭감 소견서를 제출하라고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심사평가원에서 이러니 의사들이 더 좋은 약이 있어도 써주지 못하고 방어진료 할 수 밖에 없다.(몰라서 안 쓰는 건지 이런 문제가 두려워서 인지 약을 안 써주는 병원들이 있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 작성자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인터넷으로 민원을 넣어야 한다. 또 심사평가원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할지, 다른 암 카페들과 함께 집회신고를 해 단체행동에 나설지, 심사평가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니 복지부에서 시위할지 고려 중”이라면서 “가능한 많은 분들이 움직여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단체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또한 “킴리아 같은 고가의 항암제는 검토해주면서 기존의 항암제는 다른 형태로 막겠다는 것이냐”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보건당국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제한적이나마 신포괄수가제로 고가의 항암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내년부터 치료를 중단해야하는 사태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심평원은 말로만 환자중심을 외치고 있고 실제로는 오로지 비용대비 효과라는 잣대로만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심사평가원은 형평성 문제와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서 약만 타가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심사평가원 포괄수가개발부 관계자는 “신포괄수가제는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장점을 적용한 것으로, 금액의 20%는 포괄수가, 나머지 80%는 행위별로 적용하고 있다”라면서도 “환자입장에서는 동일한 치료인데도 (신포괄수가에) 해당되는 질병군, 수행 병원 여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달라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환자가 일부러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서 약만 받고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남용의 여지가 없는 약제는 행위별 수가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시범사업 협의체에서도 동의했다”며 “계획상으로는 내년 1월1일부터 100% 행위별수가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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