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재해, 연안침식②] 원인은 결국 사람이다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10-27 0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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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사천진해변에 연안침식으로 곳곳에 가파른 단차가 생겼다.   사진=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57만 3945㎡. 지난 5년간 강원 동해안에서 사라진 모래사장 규모다. 축구장 면적(7140㎡) 80여개와 맞먹는다. 해안선이 후퇴하고 모래가 유실되는 연안침식.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인간에게서 비롯됐다.

1990년~2019년 해수면 상승률. 국립해양조사원 

‘더워지는 지구→올라가는 해수면→거세진 파도’ 악순환의 고리


연안침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구온난화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월 6차 보고서를 냈다. IPCC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1~2040년 중으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2019년 기준)다. 지난 200만년 중 최댓값이다.

지구온난화는 호우, 태풍 등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수온이 높아지면 바닷물 부피가 팽창한다. 극지방에서 녹아내린 빙하까지 더해 해수면이 상승한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1990년~2019년) 동해안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3.83㎜였다. 최근 10년(2010년~2019년)은 평균 5.17㎜를 기록했다. 과거 30년 평균 상승률의 약 1.3배 이상이다.

모래 이동은 파도 영향이 지대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심이 깊어지면, 너울 전파가 유리해 파도는 커진다. 높은 에너지의 파도는 연안침식을 악화시킨다. 파고(파도의 높이) 10% 증가 시 모래 이동량은 2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해안에서는 강한 파도 빈도와 지속시간 모두 늘었다. 2019년에 비해 지난해 파도 에너지는 약 19% 증가했다. 육지를 덮치는 파도의 지속시간도 길어졌다. 기상청 관측 결과에 따르면 3.0m 이상 유의 파고(특정 시간 주기 내에 일어나는 모든 파도 높이 중 가장 높은 파도 상위 1/3의 평균) 내습 빈도는 2017년 460시간, 2018년 402시간, 2019년 343시간, 2020년도 552시간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과 2019년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영진해변을 비교한 사진. 항만구조물 설치 후 해변 폭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강원대 삼척산학협력단 

짓고 또 짓고…인간의 욕심이 부른 재해

지구온난화와 함께 연안침식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무분별한 개발이다. △하천으로부터 모래공급 감소 △ 돌출 항만구조물 설치 △ 호안, 해안도로 등 인공 해안구조물 설치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인간이 물을 쓰기 위해 강에 지은 댐과 보는 ‘모래 총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토사는 산에서 바다로 간다. 하천 구조물에 막혀서 바다에 모래가 도달하지 못한다. 특히 강원 영동지방 모래사장은 모래가 대부분 하천에서 온다. 강 밑바닥에 쌓인 모래는 골재(건설공사 기초재료)용으로 판다. 하천 골재는 질이 좋고 바다 골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기가 쉬워 인기다.

하천 개발(보 건설)로 백사장 침식이 발생한 사례는 부산 임랑해수욕장, 울산 주전해수욕장, 충남 남당리해안, 전북 서해안 바람공원, 경북 장사해수욕장 등 다수다. 
주문진항 이안제가 연안침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그림. 강원대 삼척산학협력단 

방파제, 어항, 이안제 등 항만구조물 영향도 있다. 돌출 형태의 항만구조물이 생기면 그 뒤로 파도가 미치지 않는 공간이 생긴다. 해변은 해안선을 따른 모래 이동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파도는 겨울철에는 남쪽으로, 여름철에는 북쪽으로 모래를 이동시킨다. 구조물이 들어서게 되면 평형상태가 무너진다. 결국 구조물과 가까운 상류에는 모래가 쌓이고, 하류에는 해변이 깎여나가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국비 40억원을 들인 길이 250m의 강릉 주문진항 이안제가 대표 사례다. 이안제란 해변에 작용하는 파도 에너지를 줄이려 해안선에 평행하게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주문진항 이안제는 육지와 분리된 형태다.

강원대 삼척산학협력단이 지난 6일 발표한 ‘2021년 연안침식 실태조사 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주문진항 이안제 설치 후 교항해변 모래사장 면적은 1.8배가 늘었다. 영진해변의 경우, 방사제와 수중방파제 건설 후 모래사장 면적이 1.6배 증가했다. 반면 주문진항~영진해변 일부 구간은 백사장 폭이 좁아져 침식 피해를 입었다.

해안구조물이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는 모습. 국토해양부

호안 및 해안도로 같은 해안구조물은 사구(모래가 바람에 날아가 쌓여 이루어진 언덕) 훼손의 주범이다. 호안은 인명·재산 피해를 막고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을 따라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문제는 콘크리트 같은 딱딱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반사한다. 되려 주변에 침식을 초래한다.

인간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까이서 누리고자 지은 해안도로. 모래 유실 원인 중 하나다. 사구 위에 놓인 해안도로는 사빈(하천을 따라 내려온 흙이 쌓여 만들어진 모래사장)에서 사구로 이어지는 모래 공급을 끊는다. 파도 에너지 완충재 역할을 하는 사구는 점점 사라진다. 사구가 자연방파제의 구실을 못 하면 재해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 돌아온다.

사천진해변 사구 위에 만들어진 해안도로.   사진=정진용 기자
지난달 이례적 침식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사천진해변이 사구 위에 해안도로를 지은 구조다. 장성열 강원대 삼척산학협력단 선임연구원은 “관광 측면 때문에 사구 위에 해안도로를 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구가 파괴된 탓에 파도 에너지가 줄지 않고 그대로 해안에 들이쳤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6년 너울성 파도로 도로가 유실된 이후 더 단단하게 공사를 했다”면서 “오히려 침식이 심화하는 역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어설픈 개입이 자연 균형에 흠집만 낸 셈이다. 

윤종주 기후변화대응센터 센터장은 “태풍은 지구가 열에너지를 북쪽으로 보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면서 “지구온난화는 대형 태풍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안에 원상 회복되지 못할 수준의 대형 침식을 초래하는 거대한 파도 빈도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