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지원 중단…정부 설명 충분 했나 [기자수첩]

유수인 / 기사승인 : 2021-11-18 0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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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신포괄수가제’ 일부 내용을 변경해 시행한다고 밝히자 암환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고가의 항암제 치료를 수십만원 선에서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본인 부담금을 100% 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으면 당연히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지만 비용이 월 수백만원에 달하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포괄수가제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포괄수가’에 포함하고, 의사의 수술, 시술은 ‘행위별 수가’로 지불하는 복합 수가제이다. 신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 행위별 수가에서 비급여인 각종 항암제들이 수가적용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표적 및 면역항암제 등도 기존 항암제 비용의 5%~20%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통해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라고 각 의료기관에 공지했다.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는 의미는 해당 약품과 치료재료를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며, 제외된 약품과 치료재료 중 상당수는 ‘비급여’가 된다는 의미다. 심평원의 사전안내 문서에서 전액 비포괄로 결정된 항목은 ‘희귀의약품, 2군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형평성’, ‘지불 정확성’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는 평균 진료비의 개념으로 수가가 책정되며, 지난 2009년부터 전국 98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시범사업 개념으로 시행중이다. 즉, 현재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제도라서 의료비 경감 혜택을 보려는 환자들이 시범사업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2군 항암제 수요가 크게 늘자 병원 손해가 커지고, 해당 약을 쓰는 환자들은 혜택을 보는 반면 그 외 환자들은 불필요하게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심사평가원 포괄수가개발부 관계자는 “환자입장에서는 동일한 치료인데도 (신포괄수가에) 해당되는 질병군, 수행 병원 여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달라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환자가 일부러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서 약만 받고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진료행태 왜곡 방지, 지불 정확성 제고 등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하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게다가 상당수 환자들은 해당 소식을 주치의한테 들은 후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커뮤니티 등을 전전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하루아침에 내년 진료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특히 정부가 기존에 지원을 받아왔던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 보장을 위해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부담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은 이조차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신규 암환자나 새 항암제를 써야 하는 환자들은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 맞지만 월 수백만원의 약값을 부담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했다. 단순히 약값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정보가 부족한 환자들로서는 불안과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몰론 한정된 재원에서 고가의 항암제를 모두에게 지원하는 것, 형평성에 맞지 않은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타당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더해 대책과 향후 계획도 마련돼 있었다면 환자들도 정부를 믿고 보다 긍정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