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밀어붙이는 정부, 가상화폐 얼마나 알까 [기자수첩]

손희정 / 기사승인 : 2021-11-19 05: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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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과세가 두 달도 채 안 남았다. 업계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 기준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에서 벌어들인 차익에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화폐로 1년간 거둔 이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22%(지방세 포함)세율을 적용해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예컨대 2000만원을 주고 산 코인을 3000만원에 팔 경우, 양도 차익은 1000만원이다. 여기서 250만원을 뺀 750만원의 22%인 약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업계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화 된 금융의 세금 체계에 가상화폐를 끼워 맞추려는 모습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가장 기본적인 양도 차익부터 한계가 있다. 양도 차익을 계산하려면 가상화폐의 최초 구매 가격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잦았거나 해외 거래소를 통해 구매한 경우 확인이 어렵다.

거래소를 일일이 추적한 후 거래 시기를 대조해 최초 구매 가격을 알아낸다 해도 변동성이 큰 코인들은 정확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몇 시간 안에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다른 중소 코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반 화폐와 다르게 취득 경로가 다양한 점도 정부 과세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에어드롭을 통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고 직접 채굴해 얻을 수도 있다. 기업 프로젝트에서 개인지갑으로 코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 최초 구매가격은 어떻게, 누가 산정할지 의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취득 원가를 알기 어려운 경우 ‘0원’으로 처리한 후 소명하라고 밝혔다. 투자자와 거래소에게 입증을 전가했다. 이들도 소명할 방법이 없다면 과대하게 징수된 세금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투자자가 원가를 속여 신고하면 정부는 잡아낼 수 있을까.

어떤 투자자는 세금을 내고, 어떤 투자자는 세금을 안내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더 문제인 건 이를 잡아 낼 방법이 없다. 이는 ‘신뢰’ 문제로 번진다. 시작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고민의 흔적 없이 기존 세법에 끼워 맞추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리할 수 있다.

과세 법안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짜여야 한다. 정부는 가상화폐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업계, 전문가들과 소통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먼저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