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10대 에이즈…“치료제론 한계, 예방 중요하다”

한국가족보건협회,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 세미나

기사승인 2021-11-23 06:45:01
- + 인쇄

늘어나는 10대 에이즈…“치료제론 한계, 예방 중요하다”
윤정배 보건협회 이사.

10~20대 젊은층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하 에이즈)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예방을 위한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22일 대한약사회 4층에서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에이즈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윤정배 보건협회 이사는 에이즈 치료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예방’의 중요성을 말했다.

윤 이사는 “에이즈 치료제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한 억제제로, 이를 복용하는 HIV감염인의 혈액에서는 HIV 농도가 ‘0’으로 나올 수 있다. 즉 HIV가 검출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이미 감염된 세포들은 림프조직 내로 숨어들어가서 자기복제를 한다. 치료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말초혈액과 림프절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상태에서 약을 안 먹는다거나 못 먹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에이즈에 감염될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에이즈 치료제는 내성,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에 올바른 지식의 전파와 홍보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다한 HIV 감염인자유포럼 대표도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치료제 복용의 어려움을 전했다. 

안 대표는 “치료제가 나왔다는 이유로 에이즈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중 하나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는 사람이고 부작용 때문에 그걸 억제하기 위한 고지혈증치료제도 먹고 있다”면서 “동시에 두 가지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나라는 모든 환자에게 에이즈 약을 무료로 주지만 언제까지 줄지 모르겠다. 미국처럼 약값 일부를 부담시킨다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치명적인 질환에 안 걸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정부 통계를 보면, 청소년 70%정도가 에이즈 전파 경로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와 약 먹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 등을 잘 알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늘어나는 10대 에이즈…“치료제론 한계, 예방 중요하다”
이한나 시소미래연구소장.

이한나 시소미래연구소장(전 서울대병원 간호사)은 신규 환자 발생이 계속될 경우 약값 부담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에이즈 치료비용은 월 60만~100만원, 말기환자들은 1000만원까지 발생한다. 지금은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본인 부담이 생기면 힘들 것”이라며 “다만, 계속해서 지원받기 위해서는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못 버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감염자와 신규 감염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완치제가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의학적으로 어려운 과제”라며 “국가통계포털 통계를 보면, 암환자는 평균 70~84세까지 사는데 에이즈 환자는 40~59세에 사망한다. 또 HIV 진단 환자 45%는 6개월 이내 사망하고, 진단 후 사망까지 평균 기간은 6.7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환자들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정보를 알려서 신규 감염자를 줄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의 발생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 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인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474명 중 남성은 1377명, 여성은 97명으로 확인됐고 감염 경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886명 (60.1%), 이성 간 성접촉이 508명(34.6%), 수혈 및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이 5명(0.3%), 마약주사 공동사용에 의한 감염이 1명(0.0%)이었다.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를 비교해 보면 젊은 연령군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비율이 증가했다. 18~29세의 젊은 연령군에 있어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71.5%로 크게 증가했고, 이 중 10대인 18~19세의 경우 92.9%가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에 의해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협회가 발표한 ‘2020 청소년 HIV/AIDS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은 HIV/AIDS 관련 실태 및 감염경로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2만2227명 중 82.3%는 국내 청소년 감염자의 대다수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인 점을 묻는 질문에 ‘몰랐다’고 응답했고, 전체 응답자 중 70.1%는 HIV/AIDS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