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도 유권자가 있다 [쿠키청년기자단]

민수미 / 기사승인 : 2021-11-30 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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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선거권 연령은 만 19세였다. 지난해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 18세 이상 청소년도 선거권을 갖게 됐다. 한국은 비로소 OECD 국가 중 선거권 연령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타이틀을 벗었다.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의식해 청소년·청년 공약을 펼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청소년 유권자들을 위한 ‘선거교육 공동추진단’을 마련해 선거 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만 18세 청소년이 유권자의 권리를 찾는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은 선거 교육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에 가려 소외된 학교 밖 유권자


서울에 사는 이다은(20·여)씨는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 당시 학교 밖 청소년이자 유권자였다. 그는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선거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온라인 검색을 통해 선거 용어를 익혔다. 검색해 보지 않았다면 ‘지역구’나 ‘비례대표’와 같은 용어는 알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학교 밖 청소년 A(18)군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인 ‘꿈드림’을 다니며 검정고시나 대입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선거 교육은 받은 적 없다”고 아쉬워했다. A군은 “학업에 뜻이 없어 자퇴했지만 내년에 선거권을 가진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린다”면서도 “그러나 선거 과정이나 용어를 잘 알지 못해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교육부 선거교육 공동추진단은 “학교에서 학생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올바르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 대상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중도 자퇴를 한 ‘학교 밖 청소년’은 제외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학업중단 학생은 5만2000명, 학교 밖 청소년은 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결코 적지 않은 청소년이 선거 교육에서 빠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서 담당한다”며 “여가부 차원에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 선거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교육부는 기본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꿈드림’에서는 △상담지원 △교육지원(검정고시, 대학 입시 지원 등) △직업체험 및 직업교육훈련 지원 △자립지원 △건강검진 △기타 서비스(지역특성화 프로그램 등)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원한다. 그러나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 소개에서 선거 교육은 찾아볼 수 없다. 선거권 교육은 기초교양 교육으로 분류돼 연 1회 안내한다는 것이 꿈드림의 설명이지만, 필수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교육은 교사 재량에 따른다.

학교 밖 청소년이 필수 교육 대상 논의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은나 부위원장은 “안타깝지만 현재 학교 밖 청소년 유권자들을 위한 선거 교육 준비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 유권자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서 언급하듯 국가가 규정한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으로 분류됨에 따라 제도권 안에서 선거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들도 민주시민의 권리를 가졌다


학력·학벌 차별에 반대하기 위한 모임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난다(여·가명)씨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학교 외 교육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선거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단체 ‘홈스쿨링 생활백서’ 송혜교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9만명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라면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졌지만 선거 교육에 있어선 뒤로 밀리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꿈드림의 경우 주체가 여성가족부이긴 하지만,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다소 편차가 크다”며 “학교만큼 일괄적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들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거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교육 당국에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선거 교육 실시 방안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실행을 위해 자치단체나 관계 기관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와 이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제각각인 정부 부처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의 전달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선거 교육뿐만 아니라 진로나 자립 등 여러 교육이 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는 “재학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 대상 선거 교육의 필요성은 크다. 이들이 향후 유권자로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향후 정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가하는 등 정치참여 의사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객원기자 brion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