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유포 피해, 여기서 같이 맞서요 [여성폭력 엑소더스]①

경찰·법원 함께 출석, 2차 가해 방어… ‘끝까지’ 삭제지원

기사승인 2021-12-01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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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유포 피해, 여기서 같이 맞서요 [여성폭력 엑소더스]①
이미지=이해영 디자이너

# SNS에 자신의 나체를 촬영해 업로드하는 계정 ‘일탈계’. 계정주는 순전히 일탈을 목적으로 이런 계정을 운영한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조직 n번방을 운영한 일당은 일탈계 계정주에게 접근해 신상을 털겠다며 협박했다. 계정주는 신상 노출이 두려워 스스로 영상을 촬영해 n번방 일당에게 넘겼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영상을 직접 넘겨준 계정주들은 본인이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경찰 신고는커녕, 피해 사실을 숨기며 성 착취 범죄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직접 공개한 사진이 인터넷 상에 확산했다면,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정답은 ‘그렇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유포한 사람은 모두 비동의유포죄로 처벌받게 된다. 일탈계 계정주는 물론, 내가 등장한 영상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공유된 이들 모두를 돕기 위해 준비된 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화기를 드는 것. 1366여성긴급전화(이하 1366)에 연락해 피해 상황을 알려야 한다. 1366은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상담 창구다. 전화상담을 마치면 상담사가 내게 가장 적합한 상담소를 연결한다. 내가 알고 있는 상담소가 있다면, 1366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 특화된 대표적인 곳은 공공기관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와 민간기관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등이다.

상담·삭제·법률·수사지원까지 모두 받을 수 있다. 상담소에서 활동가들은 지속적인 상담을 제공하며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상담소와 연계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활동가들은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며 유포 현황을 파악하고 삭제 작업을 한다. 경찰 조사나 재판이 열리면, 활동가에게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의 목표는 범죄자 검거지만, 활동가의 목표는 피해자 회복이다. 경찰서와 법원에 동행한 활동가는 수사관과 재판부의 2차 가해를 차단한다. 내게 유리하도록 진술을 도와주고 고소장을 대신 작성해주기도 한다. 변호사 선임도 돕는다.

돈은 필요 없다. 상담소의 지원체계 안에서 내가 받는 도움은 모두 무료다. 상담소들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조성된 공적 기금으로부터 예산을 확보한다. 이를 활용해 병원 치료와 변호사 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나의 문제 상황이 예산을 초과하는 지원이 필요할 정도라고 해도 괜찮다. 상담소는 시청·구청·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자원을 끌어와 돌파구를 찾는다. 피해자가 혼자 돈을 쓰며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전전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비밀을 지킬 수 있다. 상담소의 지원은 익명으로 받을 수 있다. 나이, 거주지, 직장 등을 비롯한 개인의 신상정보는 철저한 비밀보장 원칙으로 보호된다. 물론, 상담소 활동가들과 직접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다 치밀한 피해대응 전략을 세우기 위해 대면 상담을 실시하는 상담소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면 상담과 지원을 받는 동안에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활동가와 변호사가 개명과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도 안내해 줄 것이다.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함께한다. 상담소는 “이제 필요 없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준다. 디성센터는 3년 동안 영상물 유포 현황 모니터링과 삭제지원을 지속한다. 그 이후에도 영상물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지원 기간이 연장된다. 한사성 역시 상담 지원, 수사·법률 지원, 심리정서 지원을 지속한다. 지원을 끝내는 시점은 피해자와 의논해 함께 결정한다. 

취재도움=김여진·무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