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으로 보는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넷플릭스 다큐깨기⑥]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12-03 06: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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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캡처

어딘가로 출근하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밤이 되면 옷을 챙겨 입고 직접 개조한 장비를 챙겨 집밖으로 나간다. 거리를 걸으며 오늘은 어디로 갈지 고민한다. 어느 날은 부유층이 살고 있는 동네로, 어느 날은 영등포로 향해 길거리를 헤맸다. 2003년 9월부터 10개월 동안 20명의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서울에서 보냈을 어느 날의 풍경이다.

지난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는 유영철이 저지른 범죄 행각과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피해자 유가족부터 유영철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유영청을 잡은 형사, 유영철을 잡는 데 도움을 준 감식반과 프로파일러, 그리고 유영철 등 다수의 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 느꼈던 감정과 경험한 일들을 시점 시점에서 들려준다. 사건을 쫓는 경찰과 사건을 접하게 된 국민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구기동에서 일어난 첫 사건부터 시간 순으로 당시를 회고한다.

다소 엉뚱한 제목처럼 유영철과 그가 벌인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소비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레인코트 킬러’는 당시 자료화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사건을 서술하는 내레이션도 없고, 특별히 말하려는 주제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영철의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고 검증하기 위해 등장한 내용에서 그가 어떤 생각과 말을 했는지 알게 될 뿐이다. 다 잡은 유영철을 놓친 한국 경찰이나 당시 한국 사회가 사건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그릴 때도 특별한 메시지를 담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담담하게 잘 전하려고 노력하는 데 집중한다.

‘레인코트 킬러’를 만든 외국 감독과 외국 제작사의 시선은 우리가 보는 것과 조금 다르다. 한국 사회가 강렬하게 기억하는 사건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객관화해서 들여다보는 경험은 신선하다. 렌즈가 달라지니 눈에 띄는 것도 달라진다.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면을 강조하거나, 중요하게 생각되는 면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작진이 의도한 것 같은 기계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정말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담아내는 걸까 하는 의심도 든다.

유영철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가 남긴 잔상이 초반부엔 선명히 떠오르지만, 작품을 볼수록 조금씩 지워진다. 새삼 유영철 사건을 비롯한 실제 사건들이 그동안 우리가 소비하는 장르물에 얼마나 많은 모티브가 됐는지 놀랍다. 그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끔찍한 범죄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남긴다.

살아있는 사람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유영철의 관점과 어떻게든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떻게든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죽은 사람과 그의 주변을 헤집는 이들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온전한 정신으로 작품을 감상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위로하는 추도식 장면을 어떤 마음으로 넣었을지 알 것 같다.

넷플릭스보다 한국 OTT, 혹은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게 더 좋을 다큐멘터리다. 넷플릭스를 더 많이 시청하도록 유도하기에 적절한 작품은 아니다. 다음에 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