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부터 솟대까지...게임으로 ‘K-컬처’ 알린다

강한결 / 기사승인 : 2021-12-08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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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트레일러에 등장한 돌탑과 솟대 등의 한국 전통 문화.   '도깨비'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최근 한국의 전통 문화를 중국의 속국 문화로 둔갑시키려는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매체뿐 아니라 자국 게임을 통해서도 ‘한복’과 ‘갓’ 등 한국의 전통 복식을 중국 문화라며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게임에 담아내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작 ‘도깨비 (DokeV)’ 트레일러 공개로 전세계 게이머를 설레게 한 펄어비스와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린 드레스업 게임 ‘걸 글로브’의 제작사 에어캡이 그 주인공이다.

펄어비스는 7일 한국관광공사와 ‘게임 한류의 확산 및 한류관광 활성화 협력’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펄어비스는 ‘도깨비’에 메타버스 세상 속 한국 여행을 경험토록 하는 다양한 방식의 홍보마케팅을 협업할 예정이다. 박경숙 한국관광공사 한류관광팀장은 “세계 게임시장의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K-게임의 위상이 높다”며 “향후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잠재적인 방한 수요로서 글로벌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홍보마케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펄어비스는 지난 8월 유럽 최대 게임쇼인 ‘게임스컴 2021’에서 ‘도깨비’ 게임 트레일러를 공개해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트레일러는 인게임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K-팝(케이팝)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메인 OST ‘락스타(ROCKSTAR)’, 한옥, 솟대, 돌담, 해태상, 민속놀이, 국내 명소 등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도깨비’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0월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울산 북구)은 ‘도깨비’ 트레일러 영상을 상영했다. 이 의원은 “게임만큼 우리 전통문화를 전세계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없다”며 “문화재청 및 산하 기관들도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신산업 콘텐츠들과 융복합 관점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17일 한복의 날을 기념해 한정판 한복 의상(스킨)을 무료로 제공한 '걸 글로브'.   걸 글로브 페이스북 화면 캡처 

지난 4월 출시된 에어캡의 드레스업(옷 입히기) 게임 ‘걸 글로브’는 적극적으로 글로벌 이용자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걸 글로브는 각국의 대표 패션 브랜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스타일링 게임으로, 국내 유명 아이돌 스타나 여배우, 해외 셀럽들이 착용하는 수천 개의 실제 브랜드 의상들을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민 에어캡 대표는 “현재 30만여 명의 이용자가 ‘걸 글로브’를 즐기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해외 이용자”라며 “이들은 한류스타가 입은 의상과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한복에 대한 호감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걸 글로브의 첫 번째 스테이지 보상 아이템이 ‘보랏빛 향기’라는 한복인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현 대표는 “현재 걸 글로브에는 4개의 한복 브랜드 의상이 있는데,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한복은 매우 아름답고 실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의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몇몇 중국 게임사에서 한복을 중국의상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창업초기부터 한복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사실 한류 문화의 콘텐츠화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게임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며 “결국 펄어비스의 ‘도깨비’의 호평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지금은 케이팝뿐 아니라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영상 콘텐츠 등으로 한류의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게임사도 적극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작품에 녹여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게임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하게 한류 콘텐츠를 남용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펄어비스와 에어캡의 사례는 충분히 칭찬받아야 한다”면서도 “결국 게임의 본질은 재미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이 재밌다면 세부 콘텐츠에 대해서도 눈이 가기 마련인데, 메시지에만 치중해 게임의 재미를 잡지 못한다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라면서 “선후가 뒤바뀌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