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아빠도 육아해야”… 돌봄 정책 봤더니

이재명 vs 윤석열 정책 대결 – 돌봄 공약편

기사승인 2021-12-09 06: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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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결이 사라질 위기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네거티브전이 치열해졌다. 결국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정책 검증’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분위기다. 이에 쿠키뉴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李‧尹 “아빠도 육아해야”… 돌봄 정책 봤더니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이재명‧윤석열, 저출생 해법은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만들자”

저출생,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돌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저출생 극복 해결책을 내놔 관심이다.

두 후보의 해법은 비슷했다. 국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우선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를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자녀 돌봄이 여성의 몫으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남성도 육아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현행 출산‧육아휴직 제도는 각 사업체의 근로 여건과 분위기 등에 따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현재는 △출산일 전후 90일간 휴가를 받는 ‘출산 전후휴가’ △만 8세 이하의 자녀 돌봄을 위해 최대 1년간 휴직하는 ‘육아휴직’ 제도가 전부다.

이 후보는 현행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자동등록제 도입을 통해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그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온 사회가 달려왔지만 단 1년의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며 “일하는 모든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 점진적으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 아빠도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질의 산후조리를 제공하는 경기도형 공공산후조리원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 기본법 제정 추진 △50인 미만 사업체부터 임신노동자 대체인력인건비 지원 △오후 7시까지 돌봄교실 운영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양육비 대지급 체계 대전환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겠다고 했다. 특히 남성 역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일하는 부모님의 육아시간 보장을 위해 엄마, 아빠 각각 1.5년씩 총 3년으로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영·유아, 초등 교육까지 국가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아이 돌봄 통합 플랫폼 구축 △출산 전 여성 검진 확대 △출산 가정 바우처 지급 △산모·신생아 케어 건강관리사 파견 △난임시술 지원 △경력 단절 최소화 위한 제도 정비 등을 제시했다.

엄마‧아빠들 “육아휴직 확대, 공약으로 그치지 않길”

대선 후보들의 돌봄 공약 중 ‘육아휴직 확대’ 정책에 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이들은 육아휴직 제도를 손봐야 저출생도 극복될 것이라 전망했다.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보장해주지 않아 퇴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A씨(34세, 여성)는 “이 후보의 자동등록제 공약은 회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어 편하고 좋을 것 같다. 이에 비해 윤 후보 공약은 의무가 아니라서 대기업이 아닌 일반 회사에선 적용이 힘들 것 같다. 특히 남성들은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1월에 아이를 출산한 B씨(32세, 여성)도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늦게 신청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면 애 낳고 살기 좋을 것”이라며 “애를 낳고자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육아휴직 기간이나 출산 전 여성 검진 확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차라리 돌봄서비스 무료 정책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C씨(41세, 여성)는 “이 후보의 오후 7시까지 돌봄교실 운영 공약은 워킹맘에게 절실한 정책이다. 아이를 힘들게 가진 입장에서 윤 후보의 난임시술 지원도 좋은 공약인 것 같다”면서도 “윤 후보는 뜬구름 잡는 공약이 많은 것 같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피부에 와닿진 않는다. 이 후보 정책도 과감하긴 하지만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D씨(32세, 남성)는 “회사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낸다고 얘기를 하면 농담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1년6개월 동안 유급휴가를 주며 기다려줄 회사가 많겠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내에게 섣불리 아이 계획을 얘기하는 것도 무책임해 보여 말을 못 꺼내겠다. 대선 후보들이 꼭 이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돌봄은 성별화된 노동으로 고착화돼 왔다. 돌봄은 여성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현재 여성이 많은 부분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다. 돌봄의 가치를 사회에서 어떻게 인정하냐에 따라 저출생 문제도 달라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