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트-킹겐 "2022 DRX,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6 08: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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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킹겐' 황성훈(왼쪽)과 '데프트' 김혁규.   사진=임형택 기자

2021년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스토브리그는 말 그대로 ‘활활’ 불타올랐다. 대다수의 구단이 매우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에 임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선수의 이적도 대거 발생했다.

DRX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진 주인공’이다. DRX는 스프링 스플릿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서머 스플릿에서 2승 16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꼴찌로 추락했다. 당시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희박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반전을 써냈다. ‘데프트’ 김혁규, ‘베릴’ 조건희, ‘제카’ 김건우를 품에 안았고, ‘LoL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경험한 김정수 감독을 영입했다. DRX는 단숨에 차기 시즌 상위권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복수의 LCK 관계자들은 “슬럼프를 겪었던 ‘킹겐’ 황성훈, ‘표식’ 홍창현도 영입한 선수들과의 시너지로 내년 시즌엔 폼을 회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5일 합정에 위치한 DRX 사옥에서 김혁규와 황성훈을 만났다. 2018년 kt 롤스터에서 한솥밥을 먹은 뒤 3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에게서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즌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김혁규 : 평소에 시즌이 끝나면 개인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번에는 휴식에 초점을 맞췄어요. 2021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종료 후 아이슬란드에서 귀국한 뒤에는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서 오래는 못 쉬었어요. 스토브리그 기간에는 이적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황성훈 : 저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어서 혁규 형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었어요. 휴가 때는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죠. 본격적으로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에는 ‘제발 좋은 선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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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데프트' 김혁규.   사진=임형택 기자

김혁규 선수는 2년 만에 DRX로 돌아오게 됐어요. 이적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혁규 :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데요. 우선 DRX가 구성한 선수들과 함께라면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수 감독님과 성훈이의 설득도 큰 영향을 미쳤고요. 이전부터 (조)건희와 함께 바텀듀오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홍)창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도 컸어요. 그리고 (김)건우는 주변의 평가가 워낙 좋아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솔로랭크에서 만났을 때도 확실히 잘한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그렇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를 떠난 이유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DRX 이적과 한화생명 잔류를 두고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다만 스토브리그의 끝은 정해져 있다보니, 결국 결정의 시기가 왔죠. 결론부터 말하면 DRX가 제시한 로스터를 보고 조금 마음이 기울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한화생명 프론트, 감독·코치님, 선수들까지 모두에게 고맙고 미안해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사무국 분들도 가족같이 챙겨주셨어요. 이적 후에 공식적으로 인터뷰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정말로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년에 정말로 한화생명이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조건희 선수 역시 김혁규 선수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내고 있는데요. 서포터로서 ‘베릴’은 어떤 선수인가요?

굳이 비교하자면 ‘마타’ (조)세형이 형과 가장 유사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세형이 형과도 2년간 호흡을 맞췄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게임을 하면 좋을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건희는 게임을 보는 시야가 넓어요. 이제 제가 라인전 디테일과 밴픽에 집중하면 건희가 더욱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는 팀 내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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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킹겐' 황성훈(왼쪽)과 '데프트' 김혁규.   사진=임형택 기자

김혁규 선수의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느정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분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8년 kt 롤스터에서 동료로 지내셨잖아요. 오랜만에 재회한 소감이 궁금해요. 

김혁규 : 전에도 성훈이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있었어요. 제가 직접 “같이 하자”고 연락을 했었는데, 불발이 돼서 아쉬웠죠. 그래도 이렇게 결국 다시 한솥밥을 먹게 돼 기쁘네요. 

황성훈 : 저도 마찬가지에요. 2019년 이후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황이 맞지않으면서 저도 LPL(중국 프로리그)로 가게 됐거든요. 그래도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정말 기분이 좋아요. 혁규 형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고, 다시 한 번 제게 증명할 기회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3년 전 김혁규 선수는 '폰' 허원석 선수와 함께 막내에서 두 번째, 황성훈 선수는 연습생이었는데요. 그때와 지금의 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김혁규 : 성훈이요? 얘가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패기가 넘쳤어요(웃음). 당시 kt는 ‘스코어’ (고)동빈이 형, ‘러쉬’ (이)윤재 형, 세형이 형, ‘스맵’ (송)경호 형까지 고참이 수두룩한 팀이었어요. 그런데도 성훈이는 항상 자신의 강점을 어필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했고, 좋아보였어요. 지금은 우직한 이미지가 있지만, 여전히 귀여운 면도 있죠.

황성훈 : 제가 기억하는 혁규 형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선수였어요. 말이 아닌 플레이로 직접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음… 지금의 혁규 형은 확실히 예전과는 변했어요. 좋은 쪽으로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맏형이 됐어요.

다른 선수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김혁규 : 창현이는 여전히 잘 까불고 성격 좋은 동생이죠. 건우는 예전에 kt 숙소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시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근데 직접 보니 아니더라고요. 무섭게 생겼는데 성격은 착한 동생이에요. 건희가 조금 의외였어요. 과묵할 줄 알았는데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서 고마웠죠.

황성훈 : 혁규 형이 워낙 설명을 잘해서 겹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최대한 다르게 소개해볼게요. 건우랑은 2019년 kt에서 숙소생활을 함께해서 친한 사이에요. 건희 형은 게임할 때랑 일상이랑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요. 평소에는 사람 좋은 ‘옆집 바보 형’같은 느낌인데, 게임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으로 변해요. 반전 매력이 있어서 정말 멋있어요. 서로의 성격 밸런스가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새롭게 부임한 김정수 감독님과 코치님들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습니다.

김혁규 : 감독님 성격은 시원시원하신 편이에요. 그러면서도 선수들을 항상 존중해주셔요. ‘쉴 땐 쉬고 할 땐 하자’는 기조도 마음에 들고요. 게임에 대한 방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죠. 새로 오신 ‘모글리’ 이재하·‘샤인’ 신동욱 코치님도 의욕이 대단하세요. 재하 코치님은 선수 시절 부족했던 부분을 코치로 메우려는 열망이 굉장히 크시고요. 동욱 코치님은 이전에 LPL 로얄네버기브업(RNG)에서 계셨는데,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주십니다.

황성훈 :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권위적인 사령탑을 선호하진 않아요. 정수 감독님을 처음 봤을 때는 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전혀 그런 분이 아니었어요. 말도 잘 통했고요. 아직 지낸 기간이 짧아 게임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기엔 이른 감이 있다만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두 코치님은 매우 교통정리를 잘 해주십니다. 선수 간의 의견이 갈리면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나중에 개개인에게 잘 이야기를 해주세요.   

올 하반기 DRX가 합정으로 사옥을 이전했어요. 어떠신가요?

김혁규숙소와 연습실 모두 환경이 정말 좋아졌어요. 다른 곳들과 비교가 안 되죠. 밥도 정말 맛있어요.

황성훈 : 혁규 형 말대로 정말 밥이 맛있어요. 숙소도 고급스러워요.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물 인테리어도 훌륭하고요. 아, 그리고 지금 연습실에 상어가 있어요. 굉장히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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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킹겐' 황성훈.   사진=임형택 기자

이제 2021년 얘기를 조금 해볼게요. 두 분에게 올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올 한해를 마무리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황성훈 : 이 부분은 제가 먼저 얘기할게요. 2021년은 프로 데뷔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아마 은퇴할 때까지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부모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으니까요. 프로게이머 가운데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특히 성적은 안 나오는데 내부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니까 너무나도 답답했어요.

김혁규 : 어느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지난해 말미에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올해 초 시즌 전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스프링에는 어느 정도 아쉬움을 씻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머에 들어오니 팀 성적은 부진했고, 저 역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어요. 아마 롤드컵 선발전에서 떨어졌다면, 지금 전 여기에 없었겠죠(웃음)?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엔 ‘내가 더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슬픈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신인들과 함께 롤드컵 8강까지 갔으면 충분히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황성훈 : 전 혁규 형 말이 굉장히 공감돼요. 제가 지난 스프링 스플릿 이후 기자님과의 인터뷰에서 “오르막을 등산하다 이제 평탄한 길에 접어들었다”고 얘기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급경사가 또 있더라고요. 서머 스플릿 시작 후 3연패까지는 뭐가 문제인지 서로 얘기를 나눴는데, 계속 지면서 나중에는 이유조차 찾을 수 없게 됐어요. 제가 상대 팀이었어도 ‘쟤네한테는 절대 안 지겠다’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결말을 알고 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해도 그 순간을 바꿀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두 분 모두 2021년을 잘 매조지었습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전망이 밝아보입니다. 2022년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김혁규 : 팀 전체 목표는 당연히 롤드컵 진출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바텀 라인전만큼은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겠다는 거예요. 저는 건희가 전 세계 최고의 서포터 중 한명이라고 생각해요. DRX의 바텀은 상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성훈 : 연말에 “올해는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다들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돌아봤을 때 담아두지 않고 모든 것을 해소한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성적까지 잘 나오면 금상첨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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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킹겐' 황성훈(왼쪽)과 '데프트' 김혁규.   사진=임형택 기자

그러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김혁규 : 아마 지금 함께하는 동료들 모두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절실함을 가지고 있을 거에요. 이러한 절실함이 노력으로 이어져,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해요. 2022년 시즌이 모두 끝나고 다들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성적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의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겠죠.

황성훈 : 제가 올해는 좀 다소 이기적으로 게임을 했어요. ‘팀 성적이 나빠도 내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인드였죠. 스프링 때는 이게 어느 정도 먹혔어요. 그런데 서머 때는 오히려 이 마음가짐이 팀 성적에 더 악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이타적인 태도도 필요했는데, 그게 없었던 거죠. 그래서 시즌에는 팀을 위해 게임할 수 있도록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제 김혁규 선수는 LCK 최고참, 황성훈 선수도 중견급 선수가 됐습니다. 체감이 되시나요?

김혁규 : 이제 정말로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느낌을 받아요. 아무래도 입대를 미룰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신 이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예전엔 성적에 집착을 했는데 지금은 한 경기, 한 세트 출장이 의미 있게 다가와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더 많은 대회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열심히 해야겠죠.  

오히려 이 상황이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멋지게 떠날 판이 깔린 거죠. 기량 저하로 내몰려서 은퇴하게 되면 멋이 없잖아요? 저는 이제 선수 생활을 꽉 채웠으니 마무리만 잘 하면 되는 거죠.

황성훈 : 내년이면 프로 데뷔 4년차인데요. 시간은 흘렀지만 스스로에게 ‘너는 무엇을 이뤘니’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어요. 아쉬움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이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스스로를 증명하고 높은 자리에서 성취를 이루고 싶습니다. 정말 뛰어난 스타 선수들은 보통 23살에 전성기가 온다고 하는데요. 제가 지금 23살이거든요. 내년에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도록 무언가를 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혁규 : 저를 응원하시는 분들과 DRX 팬분들 모두에게 힘든 한해였을 것 같습니다. 내년엔 저는 저대로 잘해서 좋고, 팬들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성훈 : 항상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죄송했습니다. 정말 잘해서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특히 ‘베릴’-‘데프트’ 두 형님이 오셨는데, 이름값 자체에서 주는 무게감이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주신 팬들께 감사하고 꼭 잘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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