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처럼…신태용 감독, 인니서 신드롬 일으키나

기사승인 2021-12-23 16: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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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처럼…신태용 감독, 인니서 신드롬 일으키나
술레이만의 득점을 축하하는 신태용 감독(왼쪽 두 번째).   AP 연합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12월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이사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3년 계약에 합의한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U-20 대표팀을 모두 이끌기로 했다.

신 감독은 부임 초부터 위기론에 휩싸이는 등 초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협회 쪽에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마찰을 빚었고, 대표팀 코치와 갈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는 1무 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경질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스즈키컵의 성적에 따라 신 감독의 경질 여부가 정해진다는 현지 보도도 나올 정도였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 경력이 없다. 준우승만 5번 경험했다. 지난 2018년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토너먼트 무대도 밟지 못했다. 이번 대회 역시 인도네시아의 기대 성적은 높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가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로 팀을 개편, 강한 압박과 부지런한 활동량을 팀에 이식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B조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조 1위(승점 10점)로 4강에 올랐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0대 0 무승부를 거두는 등 눈에 띌 정도로 경기력이 좋아졌다.

여기에 신 감독은 4-1-2-3, 4-3-3, 5-4-1 등 상대팀에 따라 전술을 바꾸면서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질적인 측면에서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2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0 AFF 스즈키컵’ 준결승 1차전에서 개최국 싱가포르와 1대 1로 비겼다.

경기 초반은 인도네시아가 완벽하게 분위기를 장악했다. 전반 28분 위탄 술레이만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는 아스나위 망쿨람이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하면서 술레이만과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을 만들었다. 이후 후반 25분에 이크산 판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스즈키컵에서 호성적을 거두자 인도네시아 여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 타임즈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게 매번 환상적인 경험을 선물해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AFF 홈페이지는 인도네시아를 두고 “누가 대회 전에 지금의 결과를 예상했을까.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빠르고 도전적인 팀”이라고 소개했다.

자이누딘 아말리 인도네시아 청소년 체육부 장관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의 전략이 아주 적절했다. 베트남전에 갖고 나온 전략과 달랐다”라면서 “신태용 감독이 상대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도 감독의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신 감독을 향해 극찬했다. 

팬들도 ‘신태용 홀릭’에 빠졌다. 캄보디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도중 다리를 다친 선수를 향해 붕대를 감아주는 사진이 사진이 공개되자 ‘아빠 리더십’이란 별칭을 얻었다. 또 신 감독이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는 모습에도 환호를 보낼 정도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단기간에 끌어올린 놀라운 성과에 ‘인도네시아 박항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과는 아직 비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엔 ‘신태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이들이 신태용 감독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인도네시아는 9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