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떡해? 전세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다르대” [이생안망]

기사승인 2022-01-02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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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전세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다르대” [이생안망]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부푼 마음을 안고 이직에 성공한 쿠키씨.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손품 팔아 5분 거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따져볼 것들도 다 확인해가며 알짜배기 전셋집을 얻어 잘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주인. 그런데 계약하던 날에 봤던 얼굴이 아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황당한 말이 쏟아진다. 네? 제가 연락을 안 받는다고요? 월세를 안 보내고 있다고요? 저는 전세 계약을 했는데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계약서를 대조해보니 주인은 아예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 쿠키씨는 전세 사기에 걸려들었다.

전세 사기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경매에 넘어갈 집을 전세로 내놓거나 주인인 척 속이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수법이 선량한 세입자를 노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엔 청년들에게 전세 보증금은 너무나도 큰돈이다. 가뜩이나 벌기 힘든 돈, 잘 지켜내기라도 해야 한다. 전세사기의 마수에 걸려들기 전에, 대표 사례와 예방법을 숙지해보자.

유형1. 깡통전세 - “매매가가 1억인데 전세가가 1억5000만원이라고요?”

대출금이나 세입자의 보증금이 건물 시세보다 높아서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세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알고도 고의로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 깡통전세의 경우 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보증금을 갚지 못할 수 있고,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전세 사기 유형이다. 빌라 시세는 아파트보다 확인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2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피해자 160명에 피해액만 65억원에 달하는 전북 익산 대학가 원룸 사기가 이 유형에 속한다.

▷꼭 확인하세요
계약 전 집의 시세, 매매 금액 대비 보증금 액수가 적절한지를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보증금이 시세의 60~70% 정도면 적정하다고 본다. 집이 실제로 얼마에 팔리는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해 이중으로 확인하면 보다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보증금이 적정가에 책정됐다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해당 집에 걸려있는 근저당을 살펴보자. 근저당이란 미래에 생길 대출 등에 대비해 미리 우선권을 확보해두는 것을 말한다. 만약 계약하려는 집에 은행 대출 등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면 계약서 특약 사항에 ‘잔금 시까지 상환 말소를 확인한다’는 내용을 계약서 특약사항에 적고, 상환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전세 계약을 피하는 게 낫다. 잔금을 치르기 전에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않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등기부 등본에서 집과 관련된 과거 소송 건이 있는지 참고하는 것도 좋다.

유형2. 보증금 편취 - “내가 계약한 사람과 집 주인이 다르다고요?”

주인이 아닌 사람이 집주인인 척 속여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기 형태. 쿠키씨의 피해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집주인과 월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가, 자신이 주인인 척 새 세입자를 구해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개사가 자신이 해당 주택의 관리인인 척 속여 주인에게는 월세계약서를 보내고, 세입자와는 전세계약서를 체결해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도 있다. 

▷꼭 확인하세요
계약 상대가 집의 진짜 주인(임대인)인지를 면밀히 봐야 한다. 전세 계약 시 주인의 신분증과 등기권리증, 재산세 등 그 집에 대한 세금 영수증을 확인하면 임대인이 맞는지를 알 수 있다. 계약금 잔금도 임대인 당사자 계좌로 보내는 게 안전하다.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어플 등 직거래를 통한다면 사기 위험이 커지니 공인된 중개사와 함께하자. 중개사와 함께하면 중개법에 의거해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계약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꼼꼼히 살펴주는 장점이 있다. 공인된 중개사인지 확인하려면 국가공간정보포털 홈페이지의 열람공간 메뉴에서 ‘부동산 중개업 조회’를 활용하면 된다.

유형3. 근저당권 악용 - “대출 없던 집인데 갑자기 대출이 생겼다고요?”

집주인이 세입자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 법의 맹점을 악용한 사례다. 1금융권 기준으로 선순위 세입자가 있으면 해당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불가능하다. 전입신고를 하면 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이 생겨 세입자가 1순위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저당권과 전입신고의 시차를 악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저당권은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전입신고는 다음날 0시부터 적용된다. 즉, 집주인이 악의를 품고 이사 당일 은행에 담보 대출을 받을 경우, 은행이 갖는 근저당권이 세입자의 대항력 발생보다 앞서게 된다. 가령 세입자가 집을 계약한 당일 전입신고를 해도, 집 주인이 같은 날 해당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세입자보다 은행의 권리가 우선 적용된다. 이런 식으로 집주인이 허위로 대출을 받고 전세 보증금까지 챙긴 뒤 반환을 회피하면 세입자는 설 곳이 없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않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꼭 확인하세요
계약서를 작성할 땐 특약사항에 ‘전입신고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일 익일까지 제한 물권을 설정하지 않고 등기부 등본을 계약 당시 상태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조항을 넣는 게 좋다. 계약일 다음날까지 집 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계약서에 적어두는 것이다. 미루지 않고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입신고를 늦게 해 피해를 보는 세입자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도 전세 사기가 걱정된다면…

사전에 보증 상품에 가입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판매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있다. 전세 계약 종료 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안전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상품이다. 전세보증금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도 공사가 대신 진행해준다. HF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에서도 전세보증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 가입하면 된다. 만약 이미 사기를 당했다면 최대한 빨리 소송을 걸어 채권추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나, 보증금 반환 판결을 받아야 이후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채권추심은 누가 먼저 소송을 거느냐에 따라 순서가 정해지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진행하는 편이 좋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 취재 도움=수원시청 김주영 부동산전문상담위원,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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