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업계

기사승인 2021-12-28 06: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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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업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하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주문한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이 이미 내년 반도체 생산 능력을 뛰어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에 자동차업체들이 자체 생산을 추진하거나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의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내년 생산 능력 대비 약 20∼3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평균 배송기간이 22.9주에서 23.3주로 길어졌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줄면서 국내 자동차업체가 출고 지연을 겪고 있다.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차량 인도까지 최대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차량을 계약하면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경우 5개월, 아이오닉5 8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9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와의 기술 협력과 반도체 기술 내재화와 공급망 관리 방식 전환 등 반도체 수급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포드는 글로벌 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협력에 나서고 있다. GM은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와 폭스바겐,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고성능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을 주문하면서 두 기업의 제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년희망ON에 참여한 6개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국산 자동차의 유럽과 미국 판매량이 크게 늘었는데, 외국과 경쟁하려면 기술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며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긴밀히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토요타, 테슬라, 폭스바겐 등 다수의 완성차 기업은 반도체 기술 내재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을 미리 생산하지 않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에서 벗어나 1차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관리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닛산 등은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해 차종마다 따로따로 주문 제작하던 반도체 칩을 범용 칩으로 대체하며 차량 반도체 수급난에 대처하고 있다.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종전의 단기 주문방식에서 완성차 제조사의 장기간 수요예측·생산계획와 연계한 부품 수요를 하위 협력사에 차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기존의 단기 주문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간 수요 예측과 생산 계획을 바탕으로 반도체 수요를 예측해 하위 협력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공급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후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전망된다"며 "장기간 수요예측을 협력사와 공유해 반도체 공급 흐름을 원활화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