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투쟁 이어가는 장애인들…“생존 문제”

광화문역 1-1 승강장에서 기자회견 열고 기획재정부 성토
교통약자법 국회 통과했지만, 예산 반영 약속 없어

기사승인 2022-01-0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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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투쟁 이어가는 장애인들…“생존 문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호선 승강장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지속적으로 지하철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31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노후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등을 대체하는 경우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환승·연계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통과됐음에도 장애인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주지 않는 이상 법 개정도 소용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일 오후 2시 광화문역 1-1 승강장 앞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 장애인들이 모여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 함께 살자!’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 예산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동권 투쟁 이어가는 장애인들…“생존 문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후 서울 5호선 지하철에 탑승해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사진=노상우 기자

조희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는 “예산 없이 권리 없고,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는 천지 차이”라며 “이번 개정안에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돈이 없어 못 한다고 할 게 뻔하다.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가 해야 한다. 정부가, 기재부가 예산으로 책임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교통수단의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선 국가나 도가 특별교통수단의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치면서 중앙정부의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운영비 지원이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인 만큼 언제든 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을 여지가 남았다.

이영봉 포천나눔의집 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도 “공무원의 ‘할 수 있다’, ‘고려해 보겠다’는 믿을 수가 없다. 우리는 20년간 싸워 왔지만 바뀐 게 하나도 없다”라며 “지난해와 올해 국가 예산이 600조원이 넘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없어서 죽어 나가고 있다. 장애인은 국민도, 시민도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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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대한민국은 기획재정부 나라가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 회장은 이날 서울교통공사 시위 대응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마침 오늘 5호선을 환승하는 주요역사 구간에서 엘리베이터 점검이 있었다”며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면 이동할 수 없다. 국가는 이렇게 모질도록 장애인 이동을 탄압해왔다. 장애인이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없고, 교육받을 수 없고, 노동할 수 없게 한 곳이 바로 기재부다. 계속 투쟁해 장애인권리 예산을 받아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누구나 늙고, 누구나 다치고, 누구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지하철에 있으면 장애인단체가 막고 있어 지하철이 연착된다고 수차례 방송이 나온다. 그런데 왜 우리가 나와 있는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장애인권리를 보장하지 않았고 기재부가 법이 제정됐음에도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잠깐 연착되지만, 장애인의 삶은 아예 멈춰있었다. 국가권력이 우리의 삶을 막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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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5호선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이들은 10명씩 조를 짜 순서대로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승차와 하차를 반복했다. 또 투쟁에 나서게 된 이유가 적힌 스티커를 지하철 곳곳에 붙였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이 왜 지하철을 계속 타는지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열리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이들은 장애인 의제를 널리 알리고 권리보장을 위한 투쟁에 나서고자 ‘탈시설장애인당’을 출범시켰다. 장애인 이동권뿐 아니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평생교육법 등이 연내에 제정되도록 투쟁할 계획이다.

한편,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 1명이 사망한 이후 2004년 서울시에서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17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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