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새해의 활기가 숨쉬는 그곳…노량진 수산시장 [2022 유통현장]

기사승인 2022-01-04 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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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1월 1일 새해를 맞아 북적이는 노량진 수산시장  한전진 기자
“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건물 앞에도 차량이 모처럼 빼곡했다.    한전진 기자

“바빠, 바빠, 지금은 말할 틈도 없네.”

2022 임인년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오후 세시.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 수산시장은 마치 코로나19 이전 풍경을 방불케 했다. 방어와 전복, 대게 등 수산물을 사러온 손님들로 시장은 북적였고, 상인들도 주문받은 횟감을 손질하며 활기에 차 있었다. 

평일 시간대라면 텅텅 비었을 시간, 오늘만큼은 신년 특수를 톡톡히 보는 모습이었다. 수산물을 좌판에 옮기던 상인 이모씨는 “지난 금요일에도 사람들이 없어 ‘올해도 이렇게 끝났다’했는데, 오늘은 제법 손님들이 온 것 같다”라고 평했다. 

앞서 노량진 수산시장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이 다시 거리두기로 돌아가며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0년 이상 장사를 이어온 A상회 상인 박모씨는 “코로나가 터진 후로는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봐야한다”라며 “전에는 하루 200만원 매출도 나왔는데, 지금은 위드 코로나까지 멈추면서 30만원도 못 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사람들이 많다, 많다 해도 (코로나) 이전 신년 새해와 비교하면 모자란 수준”이라며 “과거는 복도가 상인과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새해 선물로 킹크랩과 해산물을 구매하러 온 손님도 많았다.  한전진 기자
“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횟감 손질에 집중하고 있는 한 상인의 모습    한전진 기자
이날은 모처럼 시장 외부에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새해를 기념해 횟감을 맛보러 온 손님들이다. 포장 후 집에서 가족들과 먹겠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경기도 일산에서 차를 타고 방문했다는 한 신혼부부는 “새해 첫날 수산시장도 보고 저녁에 분위기도 낼 겸 대게를 사러 왔다”면서 “생각보다 차가 많아 놀랐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방어, 광어 보고 가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대목 맞이에 분주했다. 상인과 손님들은 가격을 두고 흥정을 벌이면서도 서로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오늘의 일등 공신은 제철 방어였다. 시장을 나오는 손님들의 손에는 포장된 방어회가 으레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방어는 상인들에게 코로나의 아픔조차 잊게 하는 고마운 생선이다. 

이날도 새벽에 수산시장으로 나섰다는 B수산 상인 김모씨는 “오늘 손님들의 절반 이상은 방어를 사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겨울 방어가 맛있는 이유는 산란기를 앞두고 가장 살이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팔딱팔딱 뛰는 방어를 가리켰다. 

그는 “어려운 시기, 방어를 사러 이곳까지 발걸음해준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오늘따라 방어라는 생선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겨울 제철 방어회를 구입하러 온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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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량진 횟집 식당가는 어두움이 드리우고 있었다. 한 점주는 수협에 임대료 인하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한전진 기자
반면 시장 2, 5층의 한산한 회 식당가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북적이는 시장 모습과 달리 복도를 오가는 사람조차 적었다. 대다수의 손님들이 회를 포장해서 집에서 먹다 보니 회 식당가는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잔반을 치우던 C식당 점주 이모씨는 “예전 새해 같으면 외식을 나온 손님들로 가득 찰 시간이지만, 손님들이 영 없다”라며 “9시 영업제한과 인원 제한도 다시 생기고, 연말‧새해 대목을 다 날리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서 코로나가 심할 때는 하루 세 팀만 다녀간 적도 있다”며 “현재 한 달 12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인건비까지 감내하고 있는데, 보증금에서 돈을 빼 충당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D식당 종업원 주씨는 “손님들이 시장에서 회만 포장하고 바로 나가다 보니 횟집들은 죽을 맛”이라며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지속할지 불안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에 쓴소리도 냈다. 그는 “식당들이 (임대료 인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가게도 닫아보고 했는데, 수협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속상해했다.

상인과 시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코로나19 종식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가족과 노량진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 종식 말고 소망이 있겠나”라며 “마음 놓고 대화하고 먹고 마시는 날이 다시 온다면 더 바랄게 없다”라고 기원했다.

1층 시장에서 외투와 털모자를 쓰고 전복을 팔던 박모씨 역시 “마스크 없이 맘 편히 장사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가 벌써 3년째로 접어든다”라며 “늘 오늘만 같을 수 없겠지만, 힘들어도 다 같이 힘을 모아 코로나를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방어야 고맙다” 오늘만큼은 예전처럼…수산시장 북적 [가봤더니]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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