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만 파는 친환경 상점...지구 살리기 첫걸음 [친환경시대①]

제로 웨이스트샵 기자 체험기
“가장 좋은 친환경 실천, ‘쓰레기 안 만드는 것’”

기사승인 2022-01-08 0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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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만 파는 친환경 상점...지구 살리기 첫걸음 [친환경시대①]
지난 2020년 개점한 알맹상점은 대표적인 국내 제로 웨이스트샵이다. 알맹상점이라는 이름처럼 알맹이인 내용물만을 파는 상점으로 친환경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사진=황인성 기자

산업 현장을 누비고 취재하면서 ‘친환경’이 대세가 됐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한다. 싸지만 물성이 뛰어난 제품에 집중하던 기업들은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욱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탄소 다량 배출 사업자라는 오명을 쓴 화학기업들도 친환경 흐름에 따라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어떤 목표를 세울까 고민하던 찰나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 삶은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해졌다. 각종 친환경 이슈를 좇는 입장에서 친환경 실천법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이번 기회에 실천과 함께 많은 이에게 방법을 공유해보자고 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실천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제로 웨이스트샵’ 체험기를 공유한다.

친환경을 실천하려면 가장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자 과거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제로 웨이스트샵’이 먼저 떠올랐다. 말 그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상점으로 대표적인 친환경 활동 공간이다. 

MZ세대답게 각종 SNS를 활용해 검색 신공을 발휘해보니 꽤 많은 제로 웨이스트샵이 나왔다. 많은 제로 웨이스트샵 중에서도 성지와 같이 불리는 ‘알맹상점’을 찾았다. 마침 샴푸가 떨어질 찰나였기 직접 구매해볼 요량으로 무작정 방문키로 했다. 빈 용기를 챙겨가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서 시작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판단에 맨몸으로 나섰다.

한적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제로 웨이스트샵은 예상외 많은 이로 붐볐다. 이미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낯선 공간, 낯선 경험에 어색했지만, 첫 구매자임을 밝히자 매니저가 직접 친절히 구매법을 설명해줬다.

제로 웨이스트샵의 가장 기본적인 콘셉트는 재사용이다. 재활용도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실천법이긴 하지만 재사용을 권장한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기존에 생산된 플라스틱을 최대한 재사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목적이다. 그래서 상점 명칭도 ‘알맹이’만 판다고 ‘알맹상점’.

맨몸으로 방문한 만큼 제품을 구매하고 담을 용기가 필요했다. 기존에 이미 사용됐다가 기부된 용기들이 있었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담아갈 수 있었다. 새 용기를 구매 사용할 수 있었지만, 친환경을 실천한다는 취지에서는 헌 용기 재사용을 추천받았다. 

‘알맹’만 파는 친환경 상점...지구 살리기 첫걸음 [친환경시대①]
사진=황인성 기자

‘알맹상점’ 제품 구매법은 간단하다. 상점을 둘러보고 구매하고픈 제품을 고른다. 이어 적절한 용기를 선택하고 제품을 담으면 된다. 

제품 담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 빈 용기를 상점 곳곳에 배치된 저울에 올려 먼저 영점 조절한 후 샴푸·화장품 등등 제품을 담는다. 이 과정은 용기 무게를 뺀 제품 무게만을 측정하기 위한 차원으로 빈 용기를 올린 후 저울의 영점 조절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기자가 고른 빈 용기의 무게는 35g였고, 구매코자 했던 샴푸 제품 1g당 가격은 18원으로 6462원(18×359)이 나왔다. 옆에 준비된 종이 라벨에 가격을 적어 부착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먹지 마세요. 용기 재사용”이라고 적힌 종이테이프까지 부착하면 끝. 이후 계산대에서 결제하면 된다.

‘알맹’만 파는 친환경 상점...지구 살리기 첫걸음 [친환경시대①]
알맹상점에서는 고체치약을 판매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치약 튜브는 재활용이 불가해 모두 매립해야 한다.  사진=황인성 기자

알맹상점은 각종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샴푸, 린스, 화장품, 차 등등 내용물만 판매 이외에도 나무 칫솔, 고체 치약, 옥수수 치실 등등 일상에서 필요한 완제품을 구비 중이다. 대부분 일상 용품에는 조금이나마 플라스틱 소재가 포함돼 있어 잘 분해되지 않는데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생분해성 소재들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주류다. 이곳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가 알게 된 후 친환경을 몸소 실천하고자 꾸준히 방문한다.

친환경 제품 중에서는 고체치약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편한 젤 형태 치약이 있는데 왜 굳이 고체로 만들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젤 형태 치약 용기는 재활용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튜브가 말랑말랑하고 치약이 묻어 재활용 안 된다. 젤 형태 치약은 전부 매립처리해야 한다는 게 알맹상점 관계자 설명이다.

알맹상점은 알맹 제품 판매 이외에도 친환경에 도움이 될만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운영해 사용 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던 물품들을 자발적으로 기부받아 친환경적 활동을 전개한다. 종이팩과 두유팩은 화장지로, 말린 커피가루 등은 커피화분 등으로 재탄생된다. 밀폐용기 고무패킹은 실리콘이 포함돼 있는데 따로 모아 전자제품 소재 업체로 보내 재활용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자들에게는 기부 무게에 따라 스탬프를 발급해 재활용 펄프로 만든 화장지, S자 고리 등을 증정한다.

‘알맹’만 파는 친환경 상점...지구 살리기 첫걸음 [친환경시대①]
알맹상정 내부와 입구 모습.  사진=황인성 기자

김하은 알맹상점 매니저는 “종이팩을 분리배출하는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어 보통 일반 종이류와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종이만 재활용된다”면서, “종이팩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로 따로 모은다면 화장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팩을 만드는 펄프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재활용을 실천한다면 베어지는 나무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알맹상점 문을 연 이후 3년 차를 맞은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샵을 열게 된 계기를 묻자. 본인 가치 실현을 위해 시작한 활동이라고 답했다. 수익을 위해 상점을 연 게 아니라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된 행동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어 친환경을 실천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전할 말을 묻자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친환경 상점들이 있다”면서, “우선 직접 체험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주저 없이 상점 문을 두드려 보라”고 조언했다.

이번 주말, 주변 제로 웨이스트샵을 방문해 지구 살리기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