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01-08 0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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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QR인증을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한전진 기자
“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2G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고령층도 눈에 띄었다.    한전진 기자

“나는 (스마트폰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노인들도 좀 배려해 주면 좋을 텐데, 서운한 마음이 들긴 하지.”

7일 점심 서울역 인근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규영씨(75·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모처럼 찬거리를 사러 홀로 마트를 찾았는데, QR코드 인증을 할 수 없어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안심콜을 하고서 입장한 터였다. 박씨는 “전에 자녀들이 한번 도와준 적 있는데, 혼자 하려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며 자신의 2G 폰을 들어보였다.

최근 3차 접종을 완료한 오기철씨(72)는 직원에게 예방접종증명서를 내밀었지만 QR출입 인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난감해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는 있었지만, 본인인증 절차가 계속 실패해 애를 먹었다. 문자로 전송되는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오씨는 번호가 어디로 오는지 헷갈려했다. 결국 오씨도 안심콜로 인증을 대체했다. 

오씨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전화 정도만 겨우 사용하고 있다”며 멜빵 가방 주머니에 고이 넣은 핸드폰을 내보였다. 스마트폰이 불편한 오씨는 백신을 맞았던 병원에서 증명서를 발급해 항상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증명서를 펼쳐 보인 오씨는 “처음엔 병원서도 귀찮은지 보건소에 가서 떼라고 하길래, 바쁘다고 사정해서 겨우 받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QR출입 인증이 의무화 된지 7개월째.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불편을 느끼는 고령층을 쉽게 목격했다. 특히 오는 10일부터는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시설에도 ‘방역패스’가 의무화됨에 따라 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에 한해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조치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나, 예외 확인서 등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식당·카페에 이어 마트와 백화점에도 이를 적용키로 했다. 방역패스 확인에는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등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필수적이다. 

“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스마트폰 사용이 낯설어 접종증명서를 가지고 다닌다는 한 고령의 소비자    한전진 기자
“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한전진 기자

앞으로 안심콜만으로는 대형마트 입장이 불가능하다. 다수 노인들은 이 같은 소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안심콜을 주로 사용한다는 김모(67‧여)씨 “젊은 사람들은 방역패스를 능숙하게 쓰겠지만, 나는 전화를 걸거나 수기 명부 말고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라며 “가뜩이나 코로나로 갈 곳도 계속 줄어들어 가는데, 앞으로는 마트도 혼자 나올 수 없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젊은 층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긴 마찬가지다. 서울로 도보여행을 왔다는 박모씨(26)씨는  최근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마트나 식당이나 들어가려면 QR출입과 안심콜을 사용해야 하는데, 핸드폰이 꺼져서 방법이 없었다”라며 “방역패스 의무화 장소가 늘어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대형마트 측도 방역패스 시행을 앞두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고령층이 출입에 불편을 느껴 이로 인해 줄이 길어지면 다른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는 탓이다. 업계는 출입구 QR코드 확인 인력을 기존보다 많게는 2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마트를 찾는 연령대가 50~60대로 높다보니, 방역패스가 시작되면 모바일 서비스 사용이 낯선 고객들에겐 불편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출입구에 안내 인력 등을 늘리는 등 조치로 고령층 소비자가 입장에 무리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날 혼란을 최소화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방역패스 인증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에 낯선 소비자들을 위해 QR뿐 아니라 안심콜, 접종증명서 등 여러 방법이 활용되어야 한다”며 “안심콜에 백신 접종 정보를 연동시키거나, 동사무소나 노인 복지 기관에서도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는 것도 방법 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스마트폰 아인데 우야노”…마트 입구서 멈춰선 노인들 [가봤더니]
도보 여행으로 서울로 올라왔다는 한 청년은 과한 방역패스 도입에 반대했다.   한전진 기자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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