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정용진 때문에 신세계 주식 팔아야 할까

기사승인 2022-01-10 19: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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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정용진 때문에 신세계 주식 팔아야 할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잇딴 ‘멸공(공산주의를 멸하자)’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쏟아내는 정치적 발언이 ‘오너리스크’로 작용해 신세계그룹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다”…정치 발언 쏟아내는 정용진, 오너리스크 부각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전 거래일 대비 6.80% 급락한 23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36억원, 68억원을 던졌다. 매도물량은 개인이 203억5095만원어치를 사들이며 대부분 받아냈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 주가도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신세계인터네셔날(-5.34%), 신세계 I&C(-3.16%) 등이다.

이날 신세계 관련주의 하락세는 총수의 잇딴 정치적 발언이 큰 오너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개인 SNS에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의 게시글을 꾸준히 올려왔다.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신문 기사와 함께 ‘멸공’ 해시태그를 담은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사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정 부회장에 동조하는 듯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면서 온라인상 ‘밈(mem, 인터넷 유행)’으로 번졌다.

이날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신세계 계열사 주주들은 오너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계열사 관련 종목 토론방에서는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오너리스크란 재벌 회장이나 대주주 개인 등, 총수(오너)의 잘못된 언행 등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소유주인 오너는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전문경영인과 다르다. 임기 제한이나 성과에 따른 해임을 걱정할 입장이 아니기에 종종 무책임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오너리스크는 기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백년을 훌쩍 넘긴 유서 깊은 기업이었던 남양유업은 총수 일가 관련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악화돼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지난 2019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투약 사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장남 횡령논란 등이다.


신세계 관련주, 팔아야 할까?…전문가들 “주가 영향 무시 못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에 불거진 정 부회장 관련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사모펀드 운용역은 “이날 흐름을 보면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오너리스크 심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선제적으로 매도했고, 개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오너가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기업 경영 활동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중국 정부 차원에서 보복성 행보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더 이슈화 될 경우 정 부회장은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상당한 정성을 들이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면, 투자 대응이 이미 늦은 때일 수 있기에 안전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들부터 매도물량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경영이 기업을 평가하는 글로벌 투자시장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은 시대여서다. ESG에 어긋나는 오너리스크로 인해 빠른 자금이탈이 있을 수 있다는 것.

SK증권 나승두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모든 게 SNS를 통해 세상에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다. 특히 SNS를 적극 활용하는 오너나 책임경영자는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기업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게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과거에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실적 악영향만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ESG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ESG를 중시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을 중심으로 (신세계 그룹주에 대한) 자금이탈이 벌어질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가 급락과 관련 신세계백화점 측은 정 부회장의 발언이 주가하락과 관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날 주가 하락은 K뷰티 등 중국 시장 불투명에 따라 업계 전반에 걸쳐 약세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