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만 해도 염색 효과…'모다모다 샴푸' 판매 중단 위기

모다모다-카이스트 "안전성 우려 매우 낮아"

기사승인 2022-01-12 13: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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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만 해도 염색 효과…'모다모다 샴푸' 판매 중단 위기
모다모다-카이스트 온라인 기자회견 화면 캡쳐

머리를 감기만 해도 염색 효과를 볼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던 모다모다의 자연갈변샴푸가 안전성 논란으로 판매 중지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자사 제품의 부작용 발생 비율이 일반 화장품보다 현저히 낮고, 기존 염색약 대비 독성 우려도 크게 낮다고 항변했다. 또 필요시 전문의약품 수준의 유전독성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자연갈변샴푸를 공동 개발하고 판매하는 모다모다와 카이스트는 12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약학 및 독성학을 전공한 전문가들과 함께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27일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을 추가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식약처는 THB의 위해평가 결과 ‘피부감작성’ 물질로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됐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 출시를 금지하고 있으며 올해 6월부터는 제품 판매도 금지된다.

이에 극소량의 THB를 함유하고 있는 자연갈변샴푸도 제품 생산 및 판매 제재를 받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THB 성분의 유해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규리 경상대학교 약학과 교수는 “피부감작성은 가려움증, 발진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즉각 보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신고건수가 적기 때문에 식약처가 어떤 기준에 의해 (안전성 문제 있다고) 평가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THB 성분을 사용금지 조치한 EU의 제품안전성 과학위원회 보고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THB 성분이 기존의 염색약 주 성분인 p-페닐렌디아민(이하 PPD) 성분과 결합할 시의 유해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점과 이 실험이 염색약처럼 20~30분 장시간 사용할 시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교수도 “무엇보다 같은 보고서에서 THB가 염모제 성분과 같이 쓰일 때에 조차도 포유류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과 어느 하나 부합하지 않는 모다모다 샴푸가 이번 행정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공동개발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공인된 임상기관을 통해 이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 왔고, 식약처에도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THB 성분이 유해하다고 판단한 근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THB 성분은 이 세정제품에 극소량 함유될 뿐 아니라 다른 폴리페놀 성분의 수용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보조 성분이며 다수의 연구를 통해 인체 세포에 무해함을 입증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피부감작성 테스트 중 가장 까다로운 안점막 자극시험도 통과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피부감작성 테스트에는 총 7가지가 있는데 자사 제품은 이 중 가장 예민한 안점막 자극 시험을 통과했다. 필요하다면 나머지 6가지 테스트도 추가 진행해서 전문의약품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제품은 작년 8월 출시 이후 150만병이 팔린 제품으로, 100만명 가량이 사용하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알레르기 반응 등으로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접수된 건수는 12건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수치는 일반적인 화장품을 썼을 때보다도 현저히 낮다고 본다. 여러 범주를 확인했을 때 피부감작성의 우려를 가질만한 임상적 사례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이번 행정예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성영 한국교통대학교 화공생물공학과 교수는 “자연갈변샴푸에서 THB 성분은 폴리페놀을 물에 녹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염색약에서 THB 성분은 일종의 산화제 같은 커플러 역할을 해 이 성분이 어떤 제품에 쓰이는지에 따라 유해 여부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만약 THB 성분의 유전독성 우려가 있었다면 화장품 뿐 아니라 염색약까지 THB 성분 사용금지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샴푸보다 염색약의 독성 우려가 높다는 점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염색약에는 PPD 및 아민 계열의 화학약품이 널리 쓰이고 있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피부 감작성 우려는 사람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어 THB를 화장품에 사용 금지하려면 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도 “현재 모다모다의 임직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이번 식약처 발표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을 자사 제품의 소비자들이다. 오늘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 및 THB 성분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식약처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조치를 내릴 수 있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식약처가 이번 행정예고안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 해당 성분 및 자사 제품에 대한 전문의약품 수준의 유전독성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식약처가 이 자료를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식약처가 사전적 예방조치로 해당 성분을 금지시켰더라도 제품군의 특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규리 교수는 식약처의 근거가 다소 부족했더라도 사전적 예방조치를 비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사전적 예방조치를 취할 땐 범위를 봐야한다. 의약품은 우리 몸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범주라 훨씬 많은 조치를 취해야한다”면서도 “어디까지 사전적으로 예방할건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화장품은) 사람의 피부 특성에 따라 가려움증이 있을 수 있고 아이크림의 경우 눈 시림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사람에게 엄청난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신 교수도 “자연갈변샴푸라는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한 배경에는 독성이 강해 기존의 염모제로 염색을 하는 게 불가능한 고령의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저질환자나 알러지 환자들이 있다”며 “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변색을 하는 게 아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노출되는 성분으로 편리하게 노화 모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모다모다 샴푸가 가진 의의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제품은 약으로 쓰이는 제품이 아니다. 제품군에 따라서 사전적 예방조치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혜택 등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다모다와 카이스트는 식약처 행정예고에 대한 반박 의견 및 근거를 정식으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자사가 추가 유전독성 테스트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검토될 수 있도록 본 개정안의 고시를 연기하는 것, 개정안 내 THB의 사용금지 목록 추가에 대해 자사 제품과 같은 세정제의 경우 예외조항을 신설하도록 검토하는 등을 식약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식약처가 행정고시를 강행할 경우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총 2년6개월이다. 오는 4월 행정고시가 이루어지면 6개월까지 제조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제품은 2년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지 않도록 식약처와 긴밀히 논의하고 많은 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겠다. 또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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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