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돌변 연준, 40년 전 인플레전쟁 ‘데자뷔’ [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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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01-15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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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파 돌변 연준, 40년 전 인플레전쟁 ‘데자뷔’ [알경]
사진=픽사베이

‘비둘기파’(온건파)로 불리던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 지명자가 기존 입장을 접고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는 13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 인사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너무 높다며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테이퍼링 결정이 금리 인상에 대한 어떠한 신호도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런 그의 입에서도 ‘매파’적 발언이 나온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지난달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전년대비 7%로 이는 1982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강력한 유동성 공급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소비자 수요 급증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내용(의사록)에서 물가 관련 문구와 관련해 일시적(transitory)이란 단어를 삭제하고 높은 물가 상승률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금리가 인상하면 왜 인플레이션이 억제될까요.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시장에 풀렸던 유동성(돈)을 중앙은행이 회수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일부러 자금을 거둬들이지는 않습니다. 즉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은행의 예금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은행의 예금이자가 상승하면 그만큼 시중의 돈은 은행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중앙은행은 자연스럽게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모든 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게 됩니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억제되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합니다. 결국 수요가 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물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매파 돌변 연준, 40년 전 인플레전쟁 ‘데자뷔’ [알경]
자료=한국투자증권

현재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는 공식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미국 투자은행은 연내 4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오는 3월부터 금리인상에 착수해 2023년까지 6~8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과거 경험상 우리나라도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미국은 수십년 전 인플레이션과 대대적인 전쟁을 치른 바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스테그플레이션(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는 침체)이라는 악재가 등장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연준 의장입니다. 그는 지미 카터 대통령 시기에 임명된 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에도 연임해 만 8년간 연준 의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초고금리’라는 극약 처방을 썼습니다.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린 것입니다. 물론 반발도 심했습니다. 심지어 살해협박도 노골적으로 받았습니다. 실제 괴한이 연준 이사들을 인질로 삼기 위해 샷건과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연준 건물로 난입했다가 경비원에게 제압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경호원을 대동했고, 심지어 권총까지 직접 차고 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신을 꺾지 않고 강력한 금리인상 드라이브를 걸었고, 덕분에 미국 물가상승률은 1983년 3%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미국 연준이 또다시 고금리 인상을 통해 출구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합니다. 얼마 전 CNN은 1970년대와 180년대 초반 폭등했던 물가를 금리 인상으로 잡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언급하면서 “물가는 극적으로 잡았지만 경제는 짓눌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예상 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추진한다면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발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식시장, 채권, 부동산 등 전반적인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춘 국가는 연준발 긴축에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금융 및 실물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신흥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실행된다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가 6%대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자칫 대출(레버리지)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이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이어진다면 대출이나 PF(프로젝트 파이낸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준 금융권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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