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전날 넘어온 北 어선…북미정상회담 위해 숨겼나

야권 “북한은 연일 미사일 쏘는데… 개탄스러워”

기사승인 2022-01-18 0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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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전날 넘어온 北 어선…북미정상회담 위해 숨겼나

2018년 북한 어선이 동해로 남쪽에 내려온 시기는 공교롭게도 남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던 때였다. 그 해 2월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2인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특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개막식을 지켜봤다.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참여정부 이후 무려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북미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됐다. 우여곡절 끝에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은 평가가 엇갈렸다.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이나 남북미 3자 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릉도 인근에서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발견된 2018년 8월 12일은 일요일이었다. 바로 다음날 판문점에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과 북한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만나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포함한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북한 주민 4명이 남쪽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이 공개될 경우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판문점 고위급회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국제적으로도 두달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지원 여부가 관심사였던 시기였다. 북한 인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 트럼프의 대북 접근에 반대 여론이 커질 수 있었다. 특히 북한 주민의 탈출 직후에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과 손을 잡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비핵화라는 성과를 위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북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주민의 이탈을 못 본 척하고 남측이나 미국과 대화에 열올리는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북한 주민 4명은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은 모두 다른 탈북자들과 같이 남쪽에 정착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양 회담은 한달 뒤 열렸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비핵화 의사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에게 남쪽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연설을 했다. 정부는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주민의 귀순을 계속 숨겼다.

11월에는 동해바다의 휴전선 바로 아래에서 북한 주민 2명이 탄 배가 발견됐다. 이 때도 역시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이 추진되던 시기였다. 이번에는 북한 주민들을 돌려보냈다.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모두 비밀리에 진행됐다.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 2명이 남한행을 희망했는지, 아니면 항해 중 착오나 배 고장으로 휴전선을 넘은 것인지 어떤 사실도 알려진 바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우려한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1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시기와 맞물려 해당 사안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북한의 심기를 우선시 한 행동”이라며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북한에 끌려다니는 굴욕적 대북관을 유지해야 하냐”고 목소리 높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변 보호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비공개를 하고 있다. 국민이 보거나 알게 된 경우에만 사건을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귀순이나 송환 시 개인이 특정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기창·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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