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수업 빠지고 잠 못 자…“이젠 놀 수 있어요” [환자, 의사를 만나다] 

먹는 약 투여 후 한 달만에 중증도 확 낮아져

기사승인 2022-01-19 06: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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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로 수업 빠지고 잠 못 자…“이젠 놀 수 있어요” [환자, 의사를 만나다] 
나정임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장익준(가명)군.   사진= 박효상 기자


“아토피 때문에 잠도 못자고 수업을 많이 빠져야 해서 힘들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많이 놀 수 있어서 좋아요.” 

올해 중학교 3학년생인 장익준(가명)군은 4년 전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해져서 대학병원을 찾았다. 당시 익준군은 가려움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고 좋아하는 운동도 하지 못했다. 중증도 평가지수(EASI)가 23점 이상이면 중증으로 분류되는데 익준군은 26.3점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져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땀이 많이 나면 가려움이 심해져서 운동을 못했다. 또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웠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아토피피부염은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재발성 습진성 병변 등이 나타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수면 방해 및 피부 손상 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 역시 크게 떨어지고,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만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토피피부염 환자 수는 97만2928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소아기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성인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바르는 약인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국소 면역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내성이 생기거나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광선치료나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사제, 경구용 치료제 등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익준군도 새로운 경구용 치료제인 유파다시티닙 성분의 JAK억제제(저해제)를 복용하고부터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JAK 억제제는 ‘JAK’라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신호 전달 세포 내 효소를 차단해서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 약제이다. 사이토카인에 의해 세포가 반응하는 것을 ‘면역반응’이라고 하는데 아토피피부염은 이 ‘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난다. 

익준군의 주치의인 나정임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작년 5월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상태는 딱딱해진 병변이 전신에 퍼져 있는 정도였다. 상처도 많았다”며 “꽤 오랜 시간동안 바르는 약, 면역억제제 등 할 수 있는 치료들을 다 했는데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타 병원에서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시작하다가 우리 병원으로 와서 11월까지 치료를 지속했다. 작년 12월1일 기준 EASI점수는 17.6점까지 떨어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치료제이지만 효과가 늦게 나타나다보니 가려움 등 증상 조절이 잘 안됐다. 그러던 중 JAK억제제가 나와 바로 투여를 시작했는데 증상이 빠르게 호전됐다. 같은 달 말 EASI점수는 3.7점으로 나왔다”며 “효과가 빠른데다가 먹는 약이라는 장점 때문에 환자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은 여러 개다. 생물학적제제는 특정 사이토카인만에만 작용하지만 JAK 억제제는 이들이 수용체에 붙은 다음에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이토카인에 영향을 준다”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효과를 볼 수 있어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준군은 “효과가 좋다는 주사치료를 받았었지만 가려운 게 나아지지 않았다. 또 병원을 계속 가야해서 중요한 수업을 빠져야 하는 게 힘들었다”며 “이 약을 먹기 시작한지 2~3일 만에 증상이 많이 없어졌다. 밤에 푹 잘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수업 빠지는 것도 많이 줄어서 친구들과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운동도 많이 할 수 있을 거 같다. 축구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아토피로 수업 빠지고 잠 못 자…“이젠 놀 수 있어요” [환자, 의사를 만나다] 
사진= 박효상 기자

안타까운 점은 익준군과 달리 비싼 약값, 내성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보통 어릴 때 발병하는데 많은 부모들이 내성 때문에 치료하길 무서워한다. 예전에 스테로이드밖에 옵션이 없었을 땐 그럴 수 있지만 최근 치료 대안이 많아졌다. 오히려 초기에 치료해야 약을 덜 쓰고 고생도 덜 한다”며 “아토피는 계속 증폭한다. 증상이 심하면 피부에서 만든 염증 물질 때문에 아토피 체질로 가게 된다. 병을 키우지 말고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신약들의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해지면 좋겠다.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데 형편에 따라서 못 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해줄 수 있는 부모님과 아닌 부모님이 너무 극명하게 나뉘어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토피 때문에 워터파크 같은 시설들을 한 번도 못 가 본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수영장을 한 번도 못 가본 어린 시절이 어디 있느냐.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왔는데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토피로 수업 빠지고 잠 못 자…“이젠 놀 수 있어요” [환자, 의사를 만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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