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좋아하세요?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1-21 13: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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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좋아하세요? [쿠키청년기자단]
‘아이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파란색을 좋아하세요’, ‘겨울을 좋아하세요’와 같은 질문과 비슷해 보인다. 취향을 묻는 질문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의견을 표현한다. 그러나 다시 곱씹어 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아이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을 살짝 바꿔 보자. ‘초등학생을 좋아하세요’, ‘청년을 좋아하세요’, ‘중장년을 좋아하세요’, ‘노인을 좋아하세요’ 

어린이, 아동, 아이, 유아 등은 인간의 특정 시기의 정체성이다. 어떤 가치관이나 의견이 들어갈 수 없다. 여기에 호불호를 따지는 것은 혐오와 다르지 않다. 아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이 싫은 것이라는 변명은 더욱 모순이다. 존재와 행동은 분리할 수 없다. 발달 과정 특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만하다. 게다가 아이는 사회적 약자다. 보호받고 배려 받아 마땅한 주체다. 

‘노키즈존’은 단지 해당 업소를 가지 않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 당하는 아이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기 어렵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다…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하고 복잡한 일이다. 다양함이 결여된 사회는 사장된다. 모든 것이 동일하고 편하기만 하다면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를 깔면 평탄해지지만 길 위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꽃이나 잡초, 흙, 지렁이 등 작은 생태계는 사라진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는 혼자 자랄 수 없다. 부모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기 위해 질서를 알려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닫는 것은 일방적인 차단과 다름없다. 어리다고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잊는다.

유비취 객원기자 gjjging@naver.com 기사모아보기